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해가 기울고 어둠이 밀려오면 스산한 바람 한 점 창문을 두드리고 주섬주섬 채비를 마친 갈 곳 모르는 나는 무작정 길을 나선다. 차가운 바람, 나리는 눈 맞으며 힘겹게 매달린 기억의 잔상 (殘像) 거리를 서성이다 멈추어선 발길은 어느새 지난날 그 자리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날 위해 불러주던 너를 닮은 그 노래 네가 없는 지금 내 곁에는 향 그득한 커피 한 잔만이 마주하고 있다 보고픈 마음 눈꽃 되어 나리고 식어가는 커피 잔에 남몰래 그리움 한 스푼 넣었더니 진하지 않은 너의 향기 되살아나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 우두커니 창밖만 바라보다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 사이로 나만의 너는 영영 보이질 않아 입술 살며시 커피 한 모금 머금고 두 눈을 감아본다. 또렷이 투영(投映)된 너의 모습 나의 얼굴 앞에 마주 앉아 미소 짓는다 그 해 겨울처럼 하-얀 눈이 온다고 우리들의 겨울은 따뜻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