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귀국선 (이인권.1946)

노래 이야기 오늘 소개해드리는 곡은 '꿈꾸는 백마강'의 주인공 이인권 선생님이 부르신 '귀국선'입니다. 이인권 선생님은 1919년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청진상업학교를 졸업 후 서울로 와서 여러 레코드사를 돌아다니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1938년 오케레코드에서 발표한 박시춘 작곡의 '눈물의 춘정'으로 가요계에 발을 딛게 되고 1940년 '꿈꾸는 백마강'으로 스타 가수로 자리매김하게 되지요. 1943년 이후에는 중국 톈진과 베이징 등지에서 위문공연을 주로 하였는데, 이 때 일본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아 톈진에서 감옥살이를 하고 1946년 귀국하게 됩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음악 이론을 틈틈히 공부하여 작곡, 편곡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해방 직후인 1946년 이재호 선생님이 작곡한 '귀국선'을 불러 크게 히트하게 되지요. 1940년대 초반부터 광복 전까지는 흔히 대중가요의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일제의 감시 하에 발표되는 노래들은 군국 가요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1944년에는 우리말 말살정책까지 발효되며 대중가요가 사라지는 듯 했지요. 암울한 시기에도 몇몇 노래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주었는데 주현미TV를 통해 들려드린 바 있는 '번지없는 주막'https://www.youtube.com/watch?v=TPGfv..., '나그네 설움' https://www.youtube.com/watch?v=WsYkO..., '찔레꽃' https://www.youtube.com/watch?v=ZXrVd... 등의 노래들이 그것입니다. 1945년 일본제국주의의 무조건 항복이 선언되면서 광복의 기쁨을 표현한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의 '귀국선'은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고 광복가요로 불리우게 되지요. 실제로 이 노래는 1946년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1949년이 되어서야 오리엔트 레코드사를 통해 발매되었답니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 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 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 귀국선 뱃머리에 희망은 크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부모형제 찾아서 몇 번을 울었던가 타국 살이에 몇 번을 불렀던가 고향 노래를 칠성별아 빛나라 달빛도 흘러라 귀국선 고동 소리 건설은 크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백의동포 찾아서 얼마나 싸웠던가 우리 해방을 얼마나 찾았던가 우리 독립을 흰 구름아 날아라 바람은 불어라 귀국선 파도 위에 새 날은 크다" 해방과 함께 타향살이를 하던 우리 동포들이 기쁨을 안고 귀국선에 올라 부산항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돌아오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일본, 동남아 등지로 징용되어 끌려간 사람들,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나 만주로 망명했던 사람들이 조국을 찾아 돌아왔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를 통해 "멀리 중국에서 징병, 학병, 지원병으로 나갔던 우리 동포들이 귀국선 편을 기다리고 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사가인 손로원 선생님은 부산에서 부두로 들어오는 귀국선을 바라보며 이 노래의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고 하네요. 이 노래가 발표될 무렵만 해도 이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전쟁이 터질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겠지요. 곧 다가올 민족상잔의 비극을 감춘 채로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노래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수년간 일본의 음계를 차용하여 발표된 일본식 가요의 형태를 벗어나 선율이나 리듬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 준 작품이라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6.25 전쟁이 발발하고 이인권 선생님은 결혼 후 대구에 살면서 가수였던 아내와 함께 위문공연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날아온 포탄에 의해 부인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 직접 작사,작곡해 발표한 '미사의 노래'가 크게 사랑받게 되는데요. 이후 이인권 선생님은 가수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송민도 선생님의 '카츄사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TaYNN..., 최무룡 선생님이 부른 '외나무 다리', 현인 선생님의 '꿈이여 다시 한 번', 이미자 선배님의 '살아있는 가로수', 조미미 선배님의 '바다가 육지라면' 등 많은 히트곡을 작곡하셨지요. 1973년 향년 54세를 일기로 소천하신 이인권 선생님은 우리에게 가수로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중가요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억압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감격과 기쁨을, 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의 마음과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온 몸으로 나라를 지키신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들의 한맺힌 눈물이 있었기에 작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항구에 도착하는 배 안에서 고국의 가족을 향해 기쁨의 환성을 외치는 그 분들의 눈빛을 떠올리며 '귀국선'을 함께 불러보면 참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