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억도 거뜬"…직장 그만두고 흑산도 달려가 홍어 썬다

흑산도 홍어썰기학교에서 수강생들이 손질한 홍어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 신안군]

▶“홍어 손질 자격증을 따서 연 매출 1억원에 도전”

전남 구례에 살던 최참(38)씨는 지난달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가족이 있는 전남 신안에 정착하기 위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흑산도 ‘홍어썰기학교’를 알게 됐다.

흑산도는 전국 최대 홍어 주산지다. 최씨는 홍어썰기학교에 지원했다. 그는 "홍어써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기만 한다면 짭짤한 수입을 올릴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안군 홍어썰기학교에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2020년 신안군 관광협의회 흑산지회 주관으로 문을 연 홍어썰기학교는 올해로 4년째다.

흑산도 주민 고령화에 따라 명절이나 주문량이 많은 시기에 홍어를 써는 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다.

홍어썰기학교 최서진(신안군 관광협의회흑산지회장) 교장은 “홍어썰기 숙련자는 인원도 적고 대부분 나이가 많다”며 “이 때문에 주문량을 다 공급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25명 모집에 29명이 신청했는데 4명은 학교까지 이동거리가 너무 멀다는 등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25명 수강생은 32세부터 71세까지 다양하다. 홍어만 잘 썰면 1년에 1억원도 벌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구례군, 신안 압해도 등 외지인도 찾고 있다.

흑산도 홍어썰기학교. [사진 신안군]

2020년 개교 당시엔 흑산면 등 지역 주민만 찾아왔다. 1·2기를 합해 26명 수료에 그쳤다. 이후 지난해 3기에만 23명이 수료했다. 올해는 타 지역 지원자 나이는 45세 이하로 제한했다.

홍어썰기 숙련자가 일찌감치 고령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흑산도에 살지 않는 수강생은 목포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와야 하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들은 “자격증을 딴 이후 수입이 좋으면 아예 흑산도에서 정착할 수도 있다”고 했다.

▶6개월간 매월 4차례 수업

올해 강좌는 다음 달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흑산면주민센터에서 열린다. 매월 둘째·넷째 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 동안 수업을 받는다.

강사는 흑산도 현지 '홍어썰기 달인'이다. 신안군은 실습용 홍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수업료도 받지 않는다. 수업은 홍어 숙성, 썰기, 포장방법 등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홍어는 일반 생선과 달라 손질 방법이 까다로운 편이다. 부위별로 자르는 방법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초급자가 홍어 한 마리를 손질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이다. ‘달인’도 40분가량 걸린다.

다 배우면 초급·중급·고급·장인 등급 등 홍어썰기 민간자격증 시험도 치른다. 초급은 2시간 이내에 수컷 6.2㎏을, 장인 등급은 60분 이내 암컷 8.2㎏ 손질을 마쳐야 한다. 합격률은 60~70% 정도로 높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홍어썰기 초급 민간자격증 합격자 32명을 배출했다. 올해는 초급 민간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중급 민간자격증 시험을 보게 할 계획이다.

홍어썰기학교측은 "홍어 써는 방법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아 합격률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흑산도 홍어썰기학교에서 한 수강생이 홍어썰기 실습을 하고있다. [사진 신안군]

▶홍어 한마리 손질에 2시간

홍어학교를 졸업하면 홍어전문 판매장이나 음식점을 차릴 수도 있다. 홍어는 마리당 2~3만원을 받고 썰어준다.

흑산도 홍어 자료사진. [사진 신안군]

홍어썰기학교 수료생 정태연(42·여)씨는 자격증 취득 후 지난해 9월 목포에서 홍어 판매점을 열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홍어를 팔아 매출 3500만원을 올렸다.

직장생활을 하던 정씨는 “이미 수료한 고향 친구 소개로 알게 돼 휴가를 내고 배우러 다녔다"며 "홍어썰기 방법을 다 배운 다음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최서진 교장은 "홍어썰기학교 운영으로 흑산 홍어 위상과 신안군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며 "홍어 썰기학교를 당분간 계속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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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앙일보 신안=황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