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매춘(神殿賣春)

‘열도의 소녀들’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와서 성매매를 한 일본 여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간 삶에서 섹스는 무엇이고, 매춘은 무엇인가? 매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의 고대 신전매춘(神殿賣春)이 나온다.

신을 모시는 신전에서 매춘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성스러운 공간에서 매춘을 했다는 것인가?

고대의 신전. 지금으로부터 3000~4000년 전의 신전은 성(聖)과 성(性)이 동거하는 장소였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들의 통념을 깬다.

10여 년 전쯤 그리스의 코린트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고린도전서’의 현장이었다. 코린트의 주산은 300~400미터 높이 바위산이었다.

풍수가의 안목에서 볼 때는 기도발이 받는 영험한 산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산 위로 올라가 보니까 기원전부터 아프로디테라는 미의 여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신전에는 여사제들이 있었고, 이 여사제들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매춘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병목처럼 생긴 코린트는 양쪽에 바다가 있어서 해상 교역의 요충지였고, 배를 타는 선원들이 그 주요 고객이었다.

여사제들은 매춘으로 번 돈을 아프로디테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 신앙 행위였던 것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서는 바빌로니아의 신전매춘을 기술해 놓았다. 당시 바빌로니아 여성이라면 누구나 일생 동안 한 번 미리타의 신전에서 외간 남자와 성교를 해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여자는 미지의 남자와 성교를 하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맘에 들면 여자 앞에 은화를 놓으면서 ‘미리타 여신의 축복 있으라!’라고 주문을 외운다.

남자의 선택을 받은 여자는 거절할 수 없었다. 선택을 받지 못한 여자는 3~4년이고 신전에 머물러야 했고, 빨리 선택을 받은 여자는 여신에 대한 봉사를 마친 것이 되어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나중에 성교한 남자가 막대한 재물을 가지고 와서 집에 돌아간 그 여자를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가 없었다. 이러한 풍습은 바빌로니아만이 아니라 시리아, 리디아, 이집트에도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풍습이 그리스에도 건너간 셈이다.

이데올로기 문제와 섹스 문제에 대해서 깊이 천착한 소설가가 이병주(1921~1992)이다. 나의 20대 시절 글쓰기의 전범이 이병주였다.

그는 ‘이병주의 에로스문화탐사’에서 신전매춘에 대하여 ‘전쟁이 잦았던 시대에 자손 번식과 배설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국가기관이었다’고 규정했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출처: 조용헌 살롱/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