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전세계가 주목한 작가 한강은 누구? |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획 - 한강 | KBS 20241013 방송

2024년 노벨문학상의 작가 한강님을 축하하고 기념하며..

회상 - 한강

아무것도 남지 않은 천지에도
남은 것들은 많았다 

그해 늦봄
널브러진 지친 시간들을 밟아 으깨며
어김없이 창은 밝아왔고
흉몽은 습관처럼 생시를 드나들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획 - 한강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 소설가, 한강이 선정되었다. 독보적이고 치열하게 인류에 이로운 활동을 해온 문학 작가에게만 주어지는 명예. 한강 작가는 스물한 번째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세상은 어떻게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할까 이런 생각도 하고 너무나 폭력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힘들 때가 많죠. 그런데 동시에 어떻게 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걸까라는 것이 항상 저에게는 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고 굉장히 어려운 숙제처럼 계속 저를 밀고 가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의 한 대형서점. 유례없던 책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입고되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매진행렬이다. 책 품절로 SNS에 재입고 알림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인쇄소도 주문 폭주. 전국 서점에서 전날 대비 수백 배에서 수천 배까지 한강 작가의 책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양한 세대가 서점에 몰려 한강의 책을 구매하려고 경쟁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한강 작가가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국가가 개인에게 가한 폭력과 상처를 특유의 서정적 문체로 형상화했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 4.3 사건을 다루며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들의 투쟁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듬으며 역사로부터 받은 상처를 잊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전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류에 대한 위로가 되고 있다.

"그 마음 나는 편지를 쓰고 있는거다 그런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지의 당신들을 위해서 쓰고 있는 편지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앞으로 그녀에게 어떤 편지를 더 받게 될까?

※ 이 영상은 2024년 10월 13일에 방영된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획 - 한강]입니다.

#한강 #노벨문학상 #채식주의자

이를 악물어도 등이 시려워
외마디 소리처럼 담 결려올 때
분말 같은 햇살 앞에 그저
눈 감으면 끝인 것을

텃새들은 겨울부터 아니 그전 겨울부터
아니아니 그 전 겨울부터
목 아프게 지저귀고 있었다

때론 비가 오고 때론 개었다 
세 끼 식사는 한결 같았다

아아
사는 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어린 동생의 브라운관은 언제나처럼 
총탄과 수류탄으로 울부짖고 있었고
그 틈에 우뚝 살아남은 영웅들의 미소가 의연했다

그해 늦봄 나무들마다 날리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었다
부서져 꽂히는 희망의 파편들
오그린  발바닥이 이따금 베어 피 흘러도
봉쇄된 거리 벗겨진 신 한  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천지에서 떠밀려온 윈치 않은 꿈들이  멍든 등을 질벅거렸고
그 하늘
그 나무
그 햇살들 사이

내 안에 말라붙은 강바닥은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모든 것이 남은 천지에
남은 것은 없었던 그해 늦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