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30년… 이들의 역사가 K팝 역사

‘K팝 원류’ SM이 걸어온 길

사진=SM·솔트이노베이션·동방신기

국내에 K팝 아이돌 음악 문화를 처음 뿌리내리게 했던 대형 음반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오는 11~12일 서울 고척돔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콘서트 ‘SM타운 라이브 2025′를 연다. H.O.T. 토니안, S.E.S 바다, 플라이투더스카이 환희, 에스파, NCT 드림, 라이즈 등 SM을 대표해온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전문가들은 SM 30주년을 K팝의 성장 역사를 되짚어볼 중요한 기점으로 주목한다. 1995년 2월 14일 창립한 SM은 현 K팝의 토대를 놓은 선구적 기획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SM의 성공은 이후 1996년 JYP, 1998년 YG, 2016년 하이브 등 대형 아이돌 엔터사의 등장에 지대한 영감을 줬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SM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진출을 비롯한 다양한 도전을 시도했고, 그 성과가 꾸준히 국내 가요계로 다시 유입돼 왔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양진경

◇밀레니얼과 함께 열어젖힌 ‘한류 풍폭’

보이그룹 H.O.T.의 2000년 2월 베이징 단독 공연은 SM이 한류 선발대로 남긴 주요 성과로 꼽힌다. 당시 중국 북경공인체육관에서 1만2000석 규모로 열린 이 공연에는 H.O.T.의 긴 염색 머리와 늘어진 힙합 바지 의상을 따라 한 중국 청소년 다수가 몰렸다.

당시 중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 제목은 ‘한류 풍폭(風暴·맹렬한 사회현상을 뜻하는 중국어)’. K팝에 ‘한류’란 단어를 쓰는 계기가 된 기점이었다.

보아는 일본 현지 회사와 협력해 일본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정민재 평론가는 “SM은 당시 세계적 인기를 끌던 ‘틴팝(Teenpop)’ 장르를 국내에서 처음 자체 제작하고 개척했다”며 “청소년들도 성인 가요를 듣던 국내 음악 문화를 한순간에 뒤바꿔 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걸출한 K팝 사관학교

SM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이후 수많은 엔터사가 롤 모델 삼으며 뒤를 따랐다. 이수만은 ‘SM 1호 가수’로 불리는 1990년대 댄스 그룹 ‘현진영과 와와’ 때부터 작곡가 홍종화를 붙여 성악 발성, 물구나무서며 노래 부르기 등 강도 높은 보컬과 댄스 훈련을 시켰다.

이문원 평론가는 “일본에서도 자니즈와 같은 아이돌 전문 기획사의 육성 시스템이 등장했지만, 단순히 무대 연출을 숙지하는 수준이었다. 칼군무를 위한 합숙 훈련 같은 치밀한 교육은 SM이 사실상 처음이었다”고 했다.

SM의 인력 개발은 가수에만 그치지 않았다. H.O.T., S.E.S., 동방신기, 에스파 등 SM 대표 가수들의 전담 프로듀서와 작곡가로 활약한 유영진은 이후 국내 대형 음반 기획사들이 전담 프로듀서 체제를 구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걸그룹 뉴진스의 전담 프로듀서로 유명한 민희진 대표도 SM에서 샤이니, 에프엑스 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면서 커리어를 쌓았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최고의 앨범 제작 인재가 항상 SM으로 몰렸고, 이들이 또다시 하이브, JYP, YG 등으로 이직해 밑바탕을 다졌다”고 했다.

SM이 2009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집단 작곡 시스템 ‘송캠프’는 K팝이 해외 음악 유행을 발 빠르게 따라가는 첨단화의 계기가 됐다.

강일권 평론가는 “SM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갱스터랩 앨범을 내고, 해외 작곡가를 섭외하는 등 일찍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다”며 “해외 장르를 모방한다는 비판도 따랐지만, 국내 그룹의 음악적 활동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출처: 윤수정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