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관광객 몰리는 동묘시장.. 파출소는 종일 화장실 몸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묘파출소 화장실 앞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남지현 기자

 

시장 주변 화장실 찾기 힘들어 관광객들 파출소 내 화장실 이용

주말엔 하루 100명 넘게 찾아

 

19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파출소에 젊은 호주 남성이 들어왔다. 그가 향한 곳은 파출소 내부 화장실. 볼일을 마치고 나온 그는 "호주 시드니에서 온 로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뒤 "여행 블로그에 동묘가 '패션의 메카'라고 적혀 있어서 구제 옷을 사러 왔는데, 관광지임에도 화장실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당직 근무를 서던 경찰관은 "주말엔 화장실을 찾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파출소 문을 두드린다"며 "하루에 총 100명 정도는 방문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화장실 상태를 점검하면서 휴지통 비우고 물 뿌려주며 청소하는 게 주말 당직 근무자 주요 일과나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 동묘시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떠오른 가운데 화장실을 찾는 관광객 행렬이 동묘파출소 단 한 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서울 종로구청의 '공중화장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동묘시장 근처에 설치된 공중화장실은 두 곳. 하지만 두 곳 모두 동묘시장에서 400m 떨어져 있고, 가는 길에 찻길까지 건너야 한다.

 

한 상인은 "시장 주변 동관왕묘에도 개방된 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정문이 내년 3월까지 공사 중인 데다, 쪽문으로 들어가서는 화장실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지역 상인 등 아는 사람들만 이용한다"고 했다.

 

결국 상인들이 손님들 질문에 한결같이 지목해주는 곳이 동묘파출소가 된 것이다. 파출소는 몸살을 앓는다. 파출소 건물에서 일하는 권동희(여·31)씨는 "월요일에 파출소 화장실에 와 보면 지난 주말의 여파로 난장판이 돼 있다"며 "변기가 막히는 일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구제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장시장 맞은편 종로5가 파출소 하정 경위는 "이곳 화장실은 하루에 50명 가까운 시장 방문객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 경위는 "구청에서 주무관이 주 2회 청소하러 나오지만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 그 정도론 부족하다"며 "파출소 차원에서도 수시로, 1주일에 한두 번은 더 꼼꼼히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공공화장실을 짓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상가 화장실 개방을 유도하는 방법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by.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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