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재난기본소득 근거법과 실현가능성, 해외 사례는?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오른쪽 다섯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정부 피해에 신속히 대응·복구할 의무

기본소득(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 지급)에 재난 접목

"취약계층에 우선 현금지급 현실적, 경제 활성화 매커니즘과 가장 잘 맞아"

기본소득은 '全국민대상'·'차등없음'이 특징..일부국가서 유사사례

다만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지만 부자에겐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지적도

 

문재인 정부, 재정부담 등 감안해 기본소득에 '신중론' 펼쳐

 

[서울경제]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경이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나눠줘 생활안정을 꾀할 수 있게 돕자는 취지다.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김 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면 51조원, 50만원을 지급할 땐 26조원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뒤를 이었다. 이 지사는 우리 경제구조 규모와 OECD 절반수준인 복지지출 비중에 비추어 볼 때 재원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면서 재난소득 지급을 강조했다.

 

결국 전북 전주시가 전국 처음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 명에게 50만원씩을 지급하자고 결정했다. 지급 대상과 지급액, 지급시기 등의 여러 상황을 검토해야 당장 시행은 어렵지만 첫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세계적 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지자체장과 정치인, 기업인 등을 중심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확산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신중론’을 펼치면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연 관련 국내법적 근거는 무엇이고, 실현 가능성 그리고 해외 사례는 있을까?

 

우선 국내의 법적 근거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재산이나 소득, 고용 여부, 노동 의지 등과 무관하게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특정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복지 제도와는 엄연히 다르다. ‘모든 국민’에게, 소득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원칙상 같은 액수를 제공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라 부른다.

 

이 개념은 18∼19세기 정치사상가 토머스 페인이 제안한 ‘시민 배당금(citizen’s dividend)‘ 개념에서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500여년 전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처음 언급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재난기본소득‘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적용해서 일정하게 국가재정으로 보조금 형태로 제공하자는 발상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재난으로 발생한 피해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을 수립·시행하라는 재난안전법 조문을 법적 근거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하면 가능하다.

 

다만 재난안전법은 재난으로 피해를 본 주민의 생계 안정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것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주민에 국한된 조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정한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구체적인 법 조문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려 하려면 전국을 재난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입법을 통한 관련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정부가 국가재정을 소요하는 행위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면 한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즉 재난기본소득을 위해 정부가 국가 재정을 사용하기 위해 국회의 예산 의결을 받던지 아니면 재난기본소득 집행을 위해 국가재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외에는 유사 사례가 있을까?

 

재난 상황에서 전 국민 기본소득을 도입한, 딱 떨어지는 전례는 찾기가 쉽지 않지만 ’전 국민 대상 보편적 현금복지‘의 측면에서 유사한 사례는 있다.

 

중국에 이어 제2의 진원지로 떠오른 이탈리아. 이탈리아어로 ’시민 소득‘(reddito di cittadinanza)으로 번역되는 이 제도는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주는 일종의 생계 보조금으로, 작년 6월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한 축인 집권당 ’오성운동‘의 공약 사항이었다. 작년 도입했다.

 

하지만 극빈층과 실업자에게 생계 보조금을 주는 제도여서 전 국민에게 동일액을 주는 것은 아니다. 월 수입이 780유로(약 106만원)가 안 되거나, 일자리 없이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1인당 월 40∼780유로(약 5만5,000원∼106만원),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월 최대 1,300유로(약 177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임의 선정해 아무런 제한이나 조건 없이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6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보장제를 2017년 도입해 2년간 시행한 뒤 중단했다.

 

2017년 1월 당시 실업률이 9.2%로 올라간 상황에서 실업 감소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다.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될 경우 전 국민에게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스위스 경우에는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22만원·이 액수 이상의 소득자는 대상서 제외), 미성년자에 월 625스위스프랑을 조건 없이 보장하는 기본소득 안을 놓고 2016년 국민투표를 했지만 70% 이상이 반대함에 따라 부결된 사례가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09년 자민당 아소 다로 정권 시절 정액급부금 제도를 일회적으로 실시했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시행한 정액급부금 제도에 따라 일본에 주소가 있는 모든 자국민과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합법적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기본 1인당 1만2,000엔(약 13만9,000원)을 지급했고,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자에게는 8,000엔을 추가로 지원했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추경예산 관련 법안의 하나로 중·참의원 양원 가결을 거쳐 시행됐다. 총액 2조엔(약 23조원) 규모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기본소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펼쳤다. 출범 첫해인 2017년 11월 6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기본소득 도입 의향에 대한 질문에 “근로유인에 대한 영향이나 재정부담 등 해외사례를 보고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전 국민에게 주는 기본소득은 스위스에서 국민투표로 부결됐지만 기존 복지를 통폐합하는 정비 차원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또다시 재난기본소득 구상이 급부했지만 홍남기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신중론을 이어갔다. 홍 부총리는 국회에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재정 건전성, 재원 문제가 있다”며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정,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고 말했다.

 

▶실행된다면 재정은 어디에 쓸까?

 

전문가들은 최우선적으로 위기의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주머니에 현금을 채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면 이 재원은 다시 경제를 돌아가는 비용을 충당된다.

 

예를 들어 이 돈으로 빚을 갚고, 간판을 새로 고치고, 아이들 학원비를 내는 방식으로 다시 시장으로 흘러나와 계속 손바꿈(승수효과)을 한다. 그러면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부자에게 들어간 재정은 요구불예금이나 MMF 등으로 잠기거나 파생상품시장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아. 투기의 기회만 엿볼 뿐,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코로나에 휘청거리는 취약 계층을 대상을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럼 누구에게 얼마나 줄까.

 

사실 그 기준을 잡기도 공정하기도 어렵다. 차라리 선진국처럼 그냥 보편적 복지를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신에 모두에게 주지만 부자에게는 세금을 더 거둬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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