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미사의 노래 (이인권.1952)

노래 이야기 저에게는 참 소중한 인연이자 스승이셨던 이인권 선생님의 곡 '미사의 노래'를 소개할까 합니다. 가수이면서도 작사, 작곡, 연주 등 다방면에 능통하셨던 이인권 선생님은 6.25전쟁 중 직접 겪었던 일을 간증하듯 '미사의 노래'를 만드셨지요. 임영일(林榮一)로 표기된 이름은 선생님의 본명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인권 선생님은 '꿈꾸는 백마강', '귀국선' 등으로 인기 가수의 반열에 오른 후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구로 피난을 가게 되는데, 유서 깊은 계산성당 맞은 편에서 셋방살이를 하셨다고 해요. 근방에는 친구였던 이병주 선생님이 오리엔트레코드를 설립해 운영중이었는데 당시 피난온 많은 음악인들의 모임 장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박시춘, 이재호, 강사랑, 손로원 선생님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을 만날 수가 있었지요. 이인권 선생님은 전쟁 중 아내와 함께 위문공연을 다니셨는데, 노래하던 중 난데없이 포탄이 날아와 아내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본인 또한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의 과오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는 절망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지요. 우울증에 빠져 음악 작업도 멀리하며 방황하던 중, 집 앞 계산성당에 다니게 되면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됩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하늘에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를 적어 노래로 써내려간 곡이 바로 '미사의 노래'이지요. "당신이 주신 선물 가슴에 안고서 달도 없고 별도 없는 어둠을 걸어가오 저 멀리 니콜라이 종소리 처량한데 부엉새 우지 마라 가슴 아프다 두 손목 마주잡고 헤어지던 앞뜰엔 지금도 피었구나 향기 높은 달리아 찬서리 모진 바람 꽃잎에 부지 마라 영광의 오실 길에 뿌려보련다 가슴에 꽂아주던 카네이션 꽃잎은 지금은 시들어도 추억만은 새로워 당신의 십자가를 가슴에 껴안고서 오늘도 불러보는 미사의 노래 " 어떠신가요? 얼핏 들으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 힘든 노래지만 사연을 알고 나니 한구절 한구절이 가슴을 여밉니다. 제가 가수로 데뷔하기 전 아주 어렸을 때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노래를 배울 기회가 생겼어요. 그 당시 최고의 가수이자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던 이인권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지요. 늘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신사같은 분이셨어요.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1973년 갑작스럽게 소천하시면서 선생님과의 그 장면들은 제 가슴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이의 마음을 세상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 슬픔과 간절함이 이렇게 노래로 남아 우리의 마음을 적십니다. 하늘나라에서 먼저 떠난 아내를 만나 행복한 웃음을 짓고 계시겠지요. 이인권 선생님을 그리며 오늘 여러분들과 '미사의 노래'를 함께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