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5000원만 있으면 강남 빌딩 투자할 수 있어야죠”

예창완 카사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 카사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예 대표는 “건물 가치는 계속 오르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투자 기회조차 갖지 못해 빈부격차가 더 커진다”며 “이런 문제를 카사를 통해 해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카사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강남 빌딩을 단돈 5000원으로 투자해서 누구나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업모델로 주목받은 핀테크업체가 있다. 2018년 설립된 ‘카사’다.

 

카사는 작년 12월 100억원 규모의 서울 역삼동 런던빌 건물로 첫 공모에 나서 8일만에 7091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으는데 성공했고, 올해 7월에도 서초 지웰타워로 두 번째 공모를 진행해 2시간 만에 목표 투자금 40억원을 모집했다.

 

예창완(31) 카사 대표는 “첫 공모를 할 때는 회원수도 많지 않았는데도 8일만에 100억원 이상 자금이 모인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예 대표는 학부 시절때 천정부지로 치솟은 실리콘밸리의 집값을 보고 카사 사업모델을 구상했다고 한다.

 

“스탠퍼드대가 있던 팔로알토는 월세만 1000만원에 달했고, 일반인들은 올라가는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부동산은 좋은 투자처이지만 소수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해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소수만 할 수 있었던 것을 누구나 할 수 있게 장벽을 낮추는 플랫폼을 이때부터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카사는 수십억,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5000원으로 쪼개 주식처럼 투자자들이 사고팔수 있게 했다. 투자자들은 월세 등 임대수익을 매 분기마다 배당금처럼 받는다. 1호 건물인 런던빌의 경우 올해 4월 주당 47원이 배당됐다. 같은 금액이 예정대로 연 4회 배당이 되면 배당수익률은 연 3%대 후반이 된다.

 

예 대표는 “공실이 생기면 배당이 안될 수도 있지만 부동산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 중 하나이고 특히 강남은 상가 투자 1번지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공모를 한 건물을 누군가 사겠다고 하면 매각 대금은 지분율대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다만 매각을 진행하려 할 땐 주주총회처럼 ‘수익자 총회’라는 것을 연다. 전체 지분의 50% 이상 참여하고, 참여주 중 66% 이상 동의하면 매각한다.

 

카사는 다음달 8일부터 서울 역삼동의 한국기술센터 21층으로 84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지금은 강남 부동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투자처를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예 대표는 “카사가 알려지자 건물 상장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비강남은 물론 비오피스빌딩, 물류창고도 상장해 투자처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저작권이나 아시아 지역 부동산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출처: 윤진호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