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비움으로 이루다

 

욕심은 집착 불러 결국 고통이 된다

▲ 老子가 타고 다닌 암소(牝빈)는 _(소 우)와 匕(비수 비)가 합쳐진 글자다. / 그림=소헌

“누군가 보내준 난초 두 분(盆)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다.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두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찾아온 사람마다 한결같이 좋아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개인 어느 날 봉선사로 간 일이 있었다. 아차! 이때에야 문득 생각이 났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뜨거운 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절절히 느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착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며칠 후 난초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놀러 왔기에 선뜻 그의 품에 분을 안겨 주었다. 나는 얽매임에서 벗어났다.” 법정 作 「무소유」 요약.

불교 선종의 6대조 혜능은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아 소유하지 않으며 어디에도 얽히지 않는 깨달음의 경지를 가리켜 ‘本來無一物’이라 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래 거짓된 존재이며 실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 또한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의 고통은 집착執着에서 오고, 집착은 욕심欲心에서 온다. 欲(욕)은 谷(계곡 곡)과 사람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만든 欠(하품 흠)으로 이루어진 글자다.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다 받아먹겠다는 마음(心)이라 慾(욕)으로도 쓴다.

도덕경 제6장 成象(성상-비움으로 이루다)에서는 깊고 오묘한 우주의 본질(玄妙之道)을 계곡으로 비유하고 있다. 계곡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다. 계곡은 앞서 비유한 ‘풀무’처럼 비어 있다. 낮은 곳에 처함으로 겸손을 뜻하며, 물이 흘러 땅을 적심으로 무한한 생명력을 암시한다.

노자는 제1장에서 道의 근본이 되는 문(衆妙之門)을 언급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現象.관찰할 수 있는 사물의 모양과 상태)이 바로 계곡이다. 신神으로 표현한 그것은 텅 비어 있는 여성의 자궁이다. 그렇다. 봉우리가 남성을 상징한다면 골짜기는 여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암컷’을 뜻하는 글자 牝(빈)을 썼다.

골짜기-가장 낮은 곳에서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는 신령은 죽지 않는다. 이를 가리켜 현빈(玄牝)이라 한다. 헤아리기 어려운 여신의 문이 바로 하늘과 땅에서 나오는 만물의 근원이다. 곡신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흐르는데 마치 없는 듯하면서도 있고,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道德經」 第6章-成象)

牝 빈 [암컷 / 골짜기]

①암소를 뜻하는 牝(빈)은 _(소 우)와 匕(비수 비)가 합쳐진 글자다. 반면에 수소는 牡(모)로 쓴다. 匕(비)는 여성(암컷)을 상징한다. ②빈모牝牡는 들짐승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며, 자웅雌雄은 날짐승의 우두머리를 가리킨다. ③실제로 노자는 글자대로 ‘검은 암소(玄牝)’를 즐겨 타고 다녔다. ④也(잇기 야)와 土(흙 토)도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한다. 그렇게 합쳐진 地(땅 지)는 만물을 토해낸다는 뜻을 지닌다. ⑤牝(빈)은 생명의 원천이며 사물의 근원이다.

청년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대장동 설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곽상도(전 의원), 권순일(전 대법관), 박영수(전 특별검사), 김수남(전 검찰총장) 등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아마도 대선을 치른 이후에나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매듭지을 것이다.

법정은 난초마저 내놓음으로 물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그보다 훨씬 질긴 인연因緣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나며 道를 실천하였다. 하기야 떨어지면(落選) 저절로 벗어나게 되겠지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