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드러내지 않음

위정자는 뻔뻔해야

▲ 韜(도)는 가죽전대(韋)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 않고 힘을 기르는 것. /그림=소헌

1949년 10월1일 모택동(마오쩌둥) 주석은 천안문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전근대적인 유교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 실천을 위한 문화대혁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30년이 채 이르기 전에 '당·국가·인민에게 가장 심한 좌절과 손실을 끼친 극좌적 오류'라는 평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송골매가 먹이를 낚아채려 할 때는 날개를 거두어 낮게 날며, 호랑이가 사냥할 때는 귀를 아래로 드리우고 땅 위에 엎드린다(卑飛斂翼 耳俯伏.비비염익 미이부복).” 1981년 권좌에 오른 등소평(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주창하며 은밀하게 힘을 길렀다. 그는 미국과 정면대결을 피한 채 모택동의 이데올로기를 뜻하는 紅(홍)을 버리고 실용주의를 뜻하는 專(전)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등소평의 집권 철학을 韜光養晦(도광양회)라고 한다. 1980년대 중국의 대외정책을 일컫는 말로써 어둠 속에서 빛을 감추어 드러내지 않고 부족한 것을 갈고 닦으며 인내하는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선진국들의 견제를 피하여 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도덕경 제7장 韜光(도광-드러내지 않음)에서는 위정자의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소통, 공감, 통솔력? 이것은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다. 유권자들은 안다. '뻔뻔함'이다. 공자는 사무사(思無邪. 사악한 마음을 품지 않는다)를 첫째로 꼽았으며, 퇴계 이황 역시 이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邪(사)는 간사하게 자기를 향해 치우치는 것이다.

하늘은 아득하고 땅은 오래다. 천지가 영원히 변함이 없는 까닭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성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뒤에 둠으로써 마침내는 남보다 앞서게 되고, 자신을 밖에 두기에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 나를 버리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게 된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耶. 故能成其私. 「道德經」 第7章-韜光) 

[감추다 / 칼전대]

①韋(위)는 잘 매만져서 부드럽게 만든 '다룸가죽'을 말한다. 또한 '에워싸다'는 뜻도 있다. (걸을 과)는 두 발이 서로 등지거나 어긋난 모양이다. 가죽옷(韋)을 입은 두 병사가 성( ) 주위를 돌며( + ) 에워싸(韋) 지킨다. ②皮(피)는 동물로부터 바로 벗겨 털이 붙은 가죽이며, 革(혁)은 털을 뽑은 후 부드럽게 무두질한 가죽이다. ③ (퍼낼 요)는 손톱(爪조)으로 절구(臼구)에 있는 곡식을 퍼내는 모습으로 '술을 치다'는 뜻이다. ④韜(도)는 칼전대(칼을 넣어 두는 길쭉한 주머니)나 활집을 말하는데, 가죽을 질기게 하려고 술을 친다. (도)와 같은 글자다.

“너 칼 갈고 나왔구나?” 내기골프에서 돈 잃은 사람이 허망하게 묻는 말이다. 그를 탓할 수 있으랴? 그는 남몰래 골프채를 휘두르며 애를 썼을 것이다. 스윙(swing)의 기본은 '머리를 박는 것'이다. 자기가 친 공을 보려고 머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한때 필자도 골프화 등짝에 이렇게 써놓고 연습했다. '고들개-고개 들면 개새끼'.

선거와 골프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개를 들면 망한다. 대선大選 유세가 시작되었다. 후보들은 연일 머리를 조아리느라 정신이 없다. 아울러 그들을 대신하여 머리 숙이는 이들도 참 많은데,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음을 안다. “정치에 인공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생물에는 다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을 보존하는 본능이 있다. 가장 좋은 길은 가만히 두는 것이다. 작은 꾀로 자주 건드리면 이익보다도 해가 많다.” 김구 「백범일지」 中에서.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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