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부끄럼도 만족하오

도리 지키는 자는 총욕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 恥(치)는 부끄러운 마음(心)이 들면 귀(耳)가 붉어진다는 글자다. /그림=소헌

後漢의 사상가 왕충(王充.27~104)은 변증론을 통하여 틀에 박힌 유학의 폐단을 비판하며 도가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는데 공헌했다. 그는 벼슬을 그만두고 「논형論衡」을 썼는데 고위급 관료인 문리文吏에 대한 직언이 담겨있다. “文吏는 덕행과 학문이 부족하여 봉록을 받아도 보답할지 모른다. 텅 빈 머리로 어떠한 정책이나 의견도 제시할 수 없다. 시체와 다를 바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봉록만 받아먹는 도둑놈들이다. 이를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 한다.”

‘尸位’는 제사를 지낼 때 신위 대신 앉아있는 아이로서 철없이 상에 올린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임금의 총애를 믿고 물러가야 할 때에 물러가지 않고 벼슬자리만 헛되이 죽치고 있는 공직자를 비꼬는 말이 되었다. 백성의 시각으로는 세금도둑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회총시위懷寵尸位라고 한다(출전-효경).

도덕경 제13장 _恥(염치-부끄럼도 만족하오)에서는 자기의 몸은 소중한 道의 결정체이니 자연의 도를 따르라고 한다. 대개 사람은 다른 사람 특히 윗사람으로부터 총애를 받거나 또는 욕을 먹을 때 놀란다. 하지만 도리道理를 지키는 사람은 항상 자신을 돌아본다. 그들은 사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해도 이해와 득실을 따져 마음에 두지 않는다. 이처럼 총욕寵辱은 정치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여러 덕목 중 한 가지임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때나 욕먹을 때나 똑같이 놀라며 경계하라. 현실에 닥쳐오는 모든 어려움을 몸과 같이 귀하게 여겨라. 사랑이나 모욕에 놀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총애를 하찮게 여겨 이를 얻더라도 놀라고 잃더라도 놀라는 태도를 지닌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오는 고난을 몸과 같이 귀하게 여긴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내가 육체적인 고통이나 불행 등 큰 환난에 처하는 것은 나의 몸이 있기 때문이다. 내 몸이 없었다면 어찌 환난이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자기 몸처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자에게는 그 천하를 부탁할 수 있다. 자기 몸처럼 천하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그 천하를 맡길 수 있다. (寵辱若驚 貴大患若身. 何謂寵辱若驚? 寵爲下 得之若驚 失之若驚. 是謂寵辱若驚. 何謂貴大患若身?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及吾無身 吾有何患?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道德經」 第13章-_恥)

(厭) 염 [물리다 / 싫어하다]

①‘물린다’는 말은 날마다(日일) 개고기(_연)를 먹으니 다시 대하기 싫을 만큼 몹시 싫증난다(_염)는 뜻이다. ②예전에는 주거생활을 하는 바위굴(_엄)에서 물리도록(_염) 개고기를 먹었다. 그러니 당연히 싫증날(厭염) 수밖에 없다. ③지나치게 만족하면 염증을 느낀다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쓰였다.

(恥) 치 [부끄러움 / 욕보이다]

_①온갖 동물 중에서 사람만이 부끄럼을 탄다. 사람이 부끄러운 마음(心)이 들면 제일 먼저 귀(耳)가 먼저 붉어진다. “그 사람 내 마음도 몰라주고... 치(恥).” ②恥(치)는 정의를 듣고도(耳) 행하지 않으면 부끄럽다(心)는 뜻이기도 하다.

염치_恥는 남으로부터 모욕당해도 만족한다는 뜻이다. 흔히 ‘염치없다’고 하는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다는 말이니 혼동하지 말자.

한국의 대통령은 정치선진국들과는 드물게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寵(총)은 임금의 특별한 사랑을 의미하는데, 진작에 자기가 ‘윤心’에 들었다며 선거에 악용하는 자들이 많다. 후안무치(厚顔無恥-_낯가죽이 두꺼워서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이 없음) 우리 속담으로 ‘뻔뻔하기가 양푼 밑구멍 같다’고 할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