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오묘한 진리를 만나다

선거, 당적만 잘 찾으면 따 놓은 당상

▲ 두 사람( 신)이 재물(貝패)을 들고 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贊찬) 한다. / 그림=소헌

登龍門(등용문)은 '용으로 올라가는 문' 또는 '용문에 오른다'는 뜻이다. 龍門은 황하강 상류에 있는 협곡으로서 여울이 매우 세차고 빨라 웬만한 물고기는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강과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은 수천이나 모인다. 여기만 오르게 되면 龍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출세의 문턱에 선다는 상징이 되었다.

한국에서 출세의 관문 중 으뜸가는 것은 모름지기 정치인 선거에 들어서서 선출직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기초의원부터 대통령까지 해당된다. 당선되면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초의원이라도 꽤 준수한 위치에 오른다. 경쟁률을 따져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올해 상반기에 치른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 평균 경쟁률이 30:1이라는데,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 평균 경쟁률은 2.3:1이 되지 않았다.

道는 빛과 소리와 형체가 없는 존재다. 도덕경 제14장 贊玄(찬현-오묘한 진리를 만나다)은 제1장, 제25장과 함께 도의 본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구절을 담았다. 그것을 이루는 세 가지 글자는 夷(이.無色), 希(희.無聲), 微(미.無形) 등이다. 도는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형이상적 존재이기에 자체로 공허하다. 공간적으로 앞에서도 뒤에서도 볼 수 없고, 시간적으로 처음과 끝이 없는 우주로서 무궁하다.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모든 세상을 주재할 수 있다. 그리고 道는 다시 無로 돌아간다. 삶(有)은 유한하며 죽음(無)은 무한하다. 그렇듯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지 말라.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夷(이)라 한다. 아무리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希(희)라 한다. 아무리 만지려고 해도 닿지 않는 무언가를 微(미)라 한다. 夷·希·微 세 가지는 헤아려 밝혀낼 수 없으며 혼융(混融.섞이어 융화됨)해서 하나가 된다. 그 무엇도 그것보다 위에서 밝게 나타내지 못하며, 그 무엇도 그것보다 아래에서 어둡게 감추지 못한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져 무엇이라 이름 지을 수 없다. 결국 다시 텅 빈 자리(無)로 돌아간다. 이를 일컬어 모양 없는 모양 즉, 무형의 실체이기에 황홀(惚恍.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움)하다고 한다. 그것은 앞에서도 머리나 시작을 볼 수 없고, 뒤쫓아도 꼬리나 끝을 볼 수 없다. 道는 그렇게 오래도록 이어오며 오늘날 현상계를 맡아 다스린다. 능히 태고의 근원을 알고 있으니 모든 도리의 밑바탕이 된다. (視之不見 名曰夷. 聽之不聞 名曰希. 搏之不得 名曰微. 此三者不可致詰 故混而爲一. 其上不 其下不昧.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是謂無狀之狀 無物之象 是謂惚恍. 迎之不見其首 隨之不見其後. 執古之道 而御今之有. 能知古始 是謂道紀. 「道德經」 第14章-贊玄)

[돕다 / 만나다 / 추천하다]

①갑골문에 보이는 先(선)은 발(止지)을 내딛는 사람( 인)을 그림으로써 발이 먼저(先) 앞서는 모습을 표현했다. ②그러다가 소전체에서 '발'은 소(牛.생략형)로 바뀌었다. 쟁기를 끄는 소가 사람( )보다 앞서나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③兟(나아갈 신)은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들은 재물(貝패)을 들고 가 어려운 사람을 만나 도우려고(贊) 한다. ④협찬協贊은 어떤 일에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노자는 말한다. “정권(有)은 유한하며 정치(無)는 무한하다.” 서로 높은 곳에 오르려고 다투지 말라. 용문에 오르려다 잘못 떨어진 물고기의 이마에는 큰 상처가 난다(龍門點額.용문점액). 시험이나 선거 따위에 낙방하는 것을 비유한다. 선거?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당적만 잘 찾으면 따 놓은 당상이다. 두어 달 고개만 숙이면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거들먹거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렇기에 같은 당 안에서 경쟁자를 내치려고 하고,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누구의 이마에 점이 찍힐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