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거짓과 꾸밈이 없는 삶

가장 좋은 정치, 존재를 못 느끼는 것

▲ ★ 물(_수)을 잘 다스려 백성들을 기쁘게(台이) 하는 것이 정치(治치)다.

“임군이 땅을 노려 백성께 빌렸을 뿐 땅도 곧 백성 것이며 노랑도 백성 색이지요. 임군이 백성에 섞이고 백성이 임군에 섞이기를 빌고 또 비옵니다. 전주 주모덜은 비빔밥 맹글기를 똑 그리 허는 것이니 크고 둥근 대동세상 갸륵헌 꿈이 아닐소냐. 비빔밥 한 그럭에 담긴 뜻을 어느 누가 기억할꺼나?” - 판소리 「녹두장군 비빔밥뎐」 中.

고부군수로 부임한 조병갑은 전형적인 탐관오리다. 그는 갖가지 명목으로 수탈을 자행했다. 동진강에 건설한 수리시설인 만석보(洑.저수지)를 이용하는 농민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했으며, 여기에 덧붙여 필요치도 않은 저수지를 쌓게 하고 세금을 징수하여 착복하였다. 또한 부민富民을 잡아들여 불효·음행·잡기 등 죄명을 씌워 재물을 강제로 빼앗았다.

갑오년(1894) 정월, 전봉준을 장두狀頭로 삼은 농민군이 고부관아를 습격함으로써 동학혁명은 시작되었다. 곧바로 전주성을 점령하였으며(4월) 전주화약(和約)을 체결하였다(5월). 동학군은 관곡을 풀어 백성을 돌보고 집강소를 설치하여 일사천리로 폐정을 개혁해 나갔다. 당대 민중계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부정부패에 저항한 東學은 외세의 간섭과 유·불교 및 서구사상에서 벗어나 만민평등의 道를 이상으로 삼았다.

淳(순)은 검소하여 꾸밈이 없는 것이며, 風(풍)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도덕경 제17장 淳風(순풍-거짓과 꾸밈이 없는 삶)은 예로부터 전해 오는 순박한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본문에서 ‘太上’은 가장 높은 꼭대기를 말한다. 현학(玄學-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왕필’은 “太上은 大人이며, 노자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가장 훌륭한 임금을 뜻한다.”고 했다. 聖君은 무위자연의 도를 따라 정치(無爲而治)를 하기에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모른다. ‘貴言’은 위정자가 명령이나 교령을 내리지 않거나 말을 귀중히 여겨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으로써 ‘나는 스스로 있는 것이다(我自然)’.

가장 좋은 정치는 無治(무치.무위로 다스림)로서 백성들이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그다음은 德治(덕치.덕으로 다스림)로서 백성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한다. 그다음은 法治(법치.법으로 다스림)로서 백성들이 두려워하며 따른다. 그다음은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로서 백성들이 업신여기고 조롱한다. 위정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백성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 귀한 말이 참으로 유유하다(흐뭇하고 즐겁다). 모든 일들을 이루어지고 서슴없이 물러나면 백성들은 저마다 자연의 도리를 이루었다 말할 것이다. (太上 不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 其貴焉. 功成事遂 百姓皆謂 我自然. 「道德經」 第17章-淳風)

治 치 [다스리다 / 正道]

①‘台’는 사람(人)이 입(口)을 방실거리며 기뻐하는 모습이다. 별(星)이나 아이(童)로 쓸 때는 [태]로 읽고, 기쁘다는 뜻으로 쓸 때는 [이]로 읽고, 대(臺)로 쓸 때는 [대]로 읽고, 잇는다는 뜻으로 쓸 때는 [사]로 읽는 매우 까다로운 글자다.

②다스릴 치(治)는 물 수(水)와 기쁠 이(台)가 합쳐진 글자다. 물(水)을 잘 다스리면 백성들이 기뻐한다(台)는 뜻이다.

③보통 얼음 빙(氷)과 수(水)는 같이 쓰지만 주의하자. 풀무 야(冶)는 풀무질하여 쇠를 녹이는 것은 마치 얼음 빙(氷)을 녹이는 것과 같다.

6월 1일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공천이 눈에 많이 띈다. 다당제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이념과는 멀어진, 철저하게 양당兩黨 구도로 짜인 불균형 속에서 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맞아 전할 말이 있다. “나라와 人民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한다. 인간은 평등하다. 탐관오리를 처벌하고 새로운 세상이 일어설 것이다.” - 녹두장군 전봉준.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