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세상의 풍속과 다른 사람

교육은 정치·이념 벗어나 본질 충실해야

▲ 남녀의 사사로운 색정(色색)은 실( 사)을 자르듯 끊어야(絶절) 한다. /그림=소헌

딸만 줄줄이 아홉을 낳은 70세의 노인은 16세 여인에게 새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는다. 아이의 머리통이 움푹하게 생겼다 하여 지은 이름이 丘(구.언덕)인데, 그가 바로 학문을 펼치며 무려 3000명이나 되는 제자를 길러낸 공자다. <사기>에서는 그를 가리켜 천하를 떠돌아다니는 '상갓집 개'라고 기록했다. 밥을 먹어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뜻이다. '學而時習之'로 시작하는 <논어>는 오랜 세월 학문의 지침서로 자리하고 있다. '아는 것이 힘'인가? 孔子는 배움이 없으면 위태롭다(不學則殆) 하여 사람이 평생을 두고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반해 노자(老子)는 학문을 끊으면 근심이 없다(絶學無憂)며 상반된 주장을 한다. '모르는 것이 약'인 셈이다. 그는 도덕경 제20장 異俗(이속-세상의 풍속과 다른 사람)에서 논어의 첫 글자인 '學'을 들어 유학의 인위적인 가치관을 비판하며 무위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역설한다. 세상의 학문은 쌓을수록 서로를 이원화시키며 학문의 쓰임새라고 하는 것은 언어의 표현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존재의 본질에 가까이 갈 수는 없다.

세속의 학문을 끊으면 근심도 사라진다. “예” 하며 공손하게 대답하는 말(唯)과 “응” 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말(阿)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겠는가? 사람마다 생각하는 착함과 악함은 또한 얼마나 다르겠는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학문이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아득하며 터무니없다.

세상 사람들은 마치 풍성한 잔치상(享.饗)을 받은 듯하고 봄에 누각에 올라가 마음껏 먹고 마시며 들떠 있다. 그렇지만 나 혼자만은 담담하고 도를 터득하여 아무런 징조도 없이 마치 웃을 줄도 모르는 어린 젖먹이 같다. 피곤하고 지친 모습은 돌아갈 곳도 없는 듯하다. 사람들은 모두 넉넉하고 여유로우나 나만은 모자란 듯하다.

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혼돈하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은 밝고 영리하지만 오직 나는 어둡고 어리숙하다. 사람들은 명석하여 바르게 가려내지만 오직 나만은 흐리멍덩하다. (나는 바다같이 그윽하고 평온하며 바람을 타고 날아 그침이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유능하지만(以.用) 오직 나만은 무디고 촌스럽다. 나 홀로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만물을 키우는 젖어머니와도 같은 道를 귀하게 여긴다. (絶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若何. 人之所畏 不可不畏. 荒兮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臺. 我獨泊兮其未兆 如嬰兒之未孩 兮 若無所歸. 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我愚人之心也哉. 兮. 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 (澹兮其若海 兮若無止). 衆人皆有以 而我獨頑且鄙. 我獨異於人 而貴食母. 「道德經」 第20章-異俗)


[끊다 / 숨이 그치다]

①巴(꼬리 파)는 뱀(巳사)의 꼬리( )를 나타내며,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이기도 하다. ②色(색)은 엎드린 여자의 등에 올라탄 남자를 상징한다. 남녀가 만나면 얼굴빛이 달라진다. ③色은 빛·색채·색정이나 '이승'을 뜻하는 글자로 확대된다. ④남녀의 사사로운 색정(色)은 실( )을 자르듯 끊어야(絶) 한다. '미투(metoo)'에 연루된 자들의 정치생명은 끝임을 경고한다.

교육은 정치와 이념에서 벗어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현행 교육감 선출제도는 정치중립과 지역교육 강화를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제왕적 권력을 지닌 17명의 '교육 소통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진영陣營 간 다툼으로 인해 정책은 사라지고 중립성도 망가졌다. '깜깜이 선거'도 문제다. 교육감이 정치권에 휩쓸리는 것을 우려하여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본문에서 察察(찰찰)은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뜻으로 '찰찰이 불찰이다'라는 속담에 쓰인다. 정도가 심하게 살피다가는 오히려 큰 것을 놓치게 된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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