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겸손함을 갖추는 자

자신을 낮추고 말을 겸손하게 해야

▲ 가을걷이는 말(言)이 아닌 행동(兼)으로. 이것이 겸손(謙)한 바탕이 되었다. /그림=소헌

어떻게 살 것인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겸손하게 더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사명으로 사제司祭의 첫걸음은 ‘서품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가장 비천한 자로서 고개를 숙이고 땅에 엎드려 오직 희생만을 생각한다. 엎드리기 전에는 인간이었지만, 일어날 때는 사제로 태어난다. 서품으로 받게 되는 품위와 권능은 근본적으로 가난한 이웃을 위하여 봉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지 어떠한 사회적인 권력과 재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운동경기는 높은 점수를 따야 승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직 그렇지 않은 종목이 있다. ‘골프’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얻어야 우승자가 된다. ‘언더파’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을 ‘땅속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낮은 곳으로. 그때 선수는 가볍게 손을 들어 갤러리에게 겸손함을 표현한다. 서유럽 언어인 humility(겸손)는 humus(부엽토-풀이나 낙엽 따위가 썩어서 된 흙)에서 왔다. 겸손이란 일을 잘하면서 잘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 비옥한 토양과 같다는 뜻이다.

益(익)은 보태어 더하는 것이요, 謙(겸)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도덕경 제22장 益謙(익겸-겸손함을 갖추는 자)에서는 낮은 곳에 처하면서 겸손한 성품을 갖추는 성인의 도리를 강조했다. 이렇듯 노자의 철학은 낮고 낮은 데서 시작한다. 달이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오르는 것을.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겉으로 볼 때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제구실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이 있다. 곧은 나무는 먼저 잘리고, 맛 좋은 샘물은 먼저 마른다(直木先伐 甘泉先竭 직목선벌 감천선갈).

구부러지면 곧 온전할 수 있고, 굽으면 곧 곧게 뻗을 수 있다. 움푹 파이면 곧 가득 찰 수 있고, 낡으면 곧 새롭게 될 수 있다. 적으면 곧 많이 얻을 수 있고, 많으면 곧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오로지 하나(道)를 지킴으로써 천하의 규범으로 삼는다. 성인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므로 오히려 밝게 보이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밝게 빛난다.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공이 두드러지고, 자기의 능력을 자만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오래 갈 수 있다. 대체로 성인은 다투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그와 대적할 것이 없다. 옛사람이 “구부러지면 온전하다.”라고 한 말이 어찌 허언(虛言.실속이 없는 빈말)이라 할까? 이처럼 해야 온전히 그것(道)에 귀의할 수 있다.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_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 不自見 故明 不自是 故彰. 不自伐 故有功 不自矜 故長. 夫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古之所爲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道德經」 第22章-益謙) 

謙 겸 [겸손하다 / 사양하다]

①兼(겸할 겸)은 벼(禾화) 두 포기를 뜻하는 _(성글 력)과 이것을 손으로 쥐고 있는 모습인 _(손 계)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겸하다·포용하다’는 뜻을 갖는다. ②가을걷이할 때 말(言)로만 벼를 벨 것이 아니라 행동(兼겸)으로 실천해야 한다. 인격을 갖춘(兼) 사람은 자신을 낮추고 말(言)을 공손하게 한다. 그런 사람이 겸손(謙)하다. ③청렴하다(廉렴)는 것은 집(_)에 보잘것없을 만큼 적은 벼(兼)를 소유한다는 데에서 왔다.

역대 최대규모로 손실보전금이 신속하게 지급됨으로써 소상공인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370만 개 사업체에 달한다. 구부러지고 굽고 파이고 낡은 것(曲枉窪_곡왕와폐)이 실패는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간다는 의미가 있다. 그들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골프공은 낮은 자리에 있어야 높게 떠오를 수 있다. 그것은 공 겉에 움푹 파인 홈(딤플)이 있기에 가능하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