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낮음을 근본으로 삼다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한다

▲ 뿌리(本/ )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쎄 꽃 좋고 열매 많나니. / 그림=소헌

“6411번 버스가 있습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분들입니다. 이른 새벽에 내리는 아주머니들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분들은 이름이 있지만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청소하는 아주머니일 뿐입니다.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정치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10년 전 진보정의당 대표를 수락하면서 했던 노회찬의 연설이다. 그의 정치사상은 자연인 老子의 ‘上善若水’를 빼다박았다.

사람은 명예名譽를 얻음으로써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두루 인정받기를 원한다. 명예에 대한 열망 혹은 욕망은 물욕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따지고 보면 부자가 되려고 하는 모든 행위도 명예를 추구하는 과정일 수 있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노회찬은 낮은 곳을 선택했다. 손석희 앵커는 그를 두고 ‘앞과 뒤가 같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정치인, 노동운동가, 휴머니스트로서 자연인과도 같은 사람이다. 돈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돈 받은 사실이 끝내 부끄러워 목숨마저 버린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法(법)의 어원은 물(水)에서 왔고 세상의 이치를 말한다. 本(본)은 초목의 뿌리인 근본을 말한다. 도덕경 제39장 法本(법본-낮음을 근본으로 삼다)에서는 도가 현실에 나타나는 원리를 말했다. 본문에서 ‘一’은 제22장에서 말한 ‘포일抱一’이다. 천하의 규범으로 삼아야 할 오로지 하나인 ‘道’를 가리킨다. 도를 얻으면 낮고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게 되고, 명예는 저절로 얻게 된다.

예전에 모두 道(하나)를 얻었다. 하늘은 도를 얻어 맑고, 땅은 도를 얻어 편안하고, 신은 도를 얻어 영묘하고, 골짜기는 도를 얻어 가득하고, 만물을 도를 얻어 생육하고, 임금은 도를 얻어 천하를 바르게 한다. 이렇게 道를 지킴으로써 그 모든 것을 이루었다.

하늘이 (도를 잃어) 맑지 못하면 찢어질 것이고, 땅이 편안하지 못하면 꺼질 것이고, 신이 영묘하지 못하면 막혀 통하지 못할 것이고, 골짜기가 차지 못하면 메마를 것이고, 만물이 생겨나지 못하면 모두 없어질 것이고, 임금이 곧지 못하면 거꾸러질 것이다.

그러므로 낮은 것을 귀하게 하여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밑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임금은 스스로 외롭다 덕이 부족하다 선하지 못하다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낮은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가장 커다란 명예는 명예가 없는 것이다. 빛나는 구슬이 되려 하지 말고 돌처럼 아무렇게나 구르도록 처신하라.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廢.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渴. 萬物無以生 張恐滅. 侯王無以貞 將恐蹶.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是以侯王自稱 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故致數譽無譽 不欲__如玉. 珞珞如石. 「道德經」 第39章-法本)

本 본 [뿌리 / 근본 / 바탕]

①木(목)은 나무를 그린 글자다. ②本(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땅속에 있는 나무의 뿌리(-)까지 표시하였다. ③옛 글자는 _/_(본)이다. 땅속의 뿌리가 튼실해야 함을 강조했다. 마치 듬직한 주춧돌(口+口+口)을 연상하게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수가 없다.

영화 <황산벌>에서 계백부인(김선아 扮)은 명예에 대해 명백히 밝혔다. “아가리는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씨부려야지. 호랭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지는 거여!”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