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널리 덕을 행하라

천하 바르게 다스리려면 내면 충실히 여겨야

▲ 저수지(氵)는 스무 명이 공동(共)으로 관리해야 홍수(洪)를 막는다. / 그림=소헌

내 이름은 오드리 캐슬린 러스턴입니다. 태어난 곳은 벨기에지만, 어린 시절에는 네덜란드에서 자랐습니다. 독일군이 식량을 모조리 수탈해가는 바람에 튤립덩이뿌리를 캐 먹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유니세프에서 지원해 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속탈이 났던 경험이 있지요. 그것은 훗날 내가 자선사업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나를 향해 최고의 미녀 배우로 꼽으며 영원한 미의 상징으로 찬사를 보내지만, 그보다는 '박애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은 때로 실체와는 정반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연의 큰 원리인 道를 명확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洪(홍)은 넓고 큰 것이고, 德(덕)은 가치롭게 행동하는 것이다. 도덕경 제45장 洪德(홍덕-널리 덕을 행하라)에서는 모순이나 대립을 원리로 삼아 형식보다는 내용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하상공’과 함께 도덕경 최고의 주석가인 왕필(王弼.226~249)은 위나라 산동성 사람이다. 10여 세에 노장사상(taoism)에 정통하는 천재성을 나타내 사람들이 감탄하였다. 그의 저서 「노자주」는 주석의 고전으로서 중시되었다. 그는 이렇게 풍부한 재능을 타고 났으나, 24살에 요절하였다. 그는 ‘하안’과 더불어 위진 현학(玄學.老莊學)의 시조로 일컬어진다. 본문에서 ‘靜勝躁 寒勝熱’은 왕필을 위시하여 여러 판본에는 ‘躁勝寒 靜勝熱’로 쓰였다.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하게 안정하면 더위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가장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은 조금 모자란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부서지거나 닳지 않는다. 가장 알차게 가득 찬 것은 조금 비어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다. 가장 완벽하게 곧은 것은 조금 굽은 듯하고, 가장 교묘한 것은 조금 서투른 듯하고, 가장 뛰어난 웅변은 조금 말을 더듬는 것 같다. 허정(虛靜.사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아니하는 상태)은 조급함을 누르고, 찬 것은 더운 것을 이긴다. 맑고 고요해야 천하가 바르게 된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靜勝躁 寒勝熱. 淸靜爲天下正. 「道德經」 第45章-洪德)

洪 홍 [넓다 / 크다 / 홍수]

①共(함께 공)의 부수는 八(여덟 팔)이다. ‘八’은 廾(두 손으로 받들 공)과 같이 쓴다. ②共 윗부분 글자는 숫자 ‘20’을 뜻하는 廿/卄(스물 입)이다. 스무(廿) 명이 두 손(八/廾)을 모아 헹가래를 치는 모습이다. ③​저수지(氵수)는 넓어서 스무 명 이상 많은 사람이 공동(共공)으로 관리해야 홍수(洪)도 예방할 수 있다.

위정자가 천하를 바르게 다스리겠다고 한다면, 내면적이고 심오한 도리를 깨우쳐야 한다. 조급하게 남을 억지로 강요하거나 자의적으로 조작한다면 그럴수록 더욱 부정(不正.바르지 못함)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부인’은 지도자 자리에 처한 공인이다. 캄보디아에서 예정에 없었던 김건희 여사의 ‘빈곤 포르노’ 사진이 구설수에 올랐다. 도덕경 38장에서는 내면을 충실히 여기고 화려함에 거하지 않는다고 하였다(處其實 不居其華). 자선(慈善.남을 불쌍히 여겨 도와줌)은 눈으로 전하는 물리적 요소보다는 마음으로 전하는 심리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손이 두 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는 자신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다.” - 오드리 햅번.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