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 한국을 말하다] 덕에 맡기다

평등 실현은 모두의 권리 넓히는 과정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에는 '난장이'로 불리는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딸 이렇게 다섯 명이 사는 가족이 있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난장이의 조상은 대대로 노비였다.

어느 날 철거 계고장이 날아온다. 아파트입주권이 나오긴 했으나 입주할 돈이 없으므로 입주권을 헐값에 팔고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 와중에 두 아들은 일하던 공장 사장을 만나 담판을 하려다가 해고를 당하고, 아버지는 서커스단에 들어가 돈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단념하게 된다.

그의 꿈은 달에 가서 천문대의 망원렌즈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벽돌공장 굴뚝에 올라 종이비행기를 날리곤 했다. 철거는 코앞으로 다가오고 결국 입주권을 투기업자에게 25만원에 팔았다.

그날 업자를 따라 집을 나갔던 딸이 입주권을 찾아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버지는 굴뚝에서 추락사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어딘가로 떠난 후다. - 조세희 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요약.




▲ 베(壬) 짜는 노비를 관리하는 수령( )이라는 의미를 지닌 任(임)이 나왔다. / 그림=소헌

任(임)은 맡기는 것이고, 德(덕)은 도를 훌륭하게 행하는 것이다. 도덕경 제49장 任德(임덕-덕에 맡기다)에서는 위정자가 사사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을 차별하지 아니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무위의 덕을 펼치면 민중은 그를 따라서 순수해진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본문에서 聖人(성인)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가리킨다. (흡)은 몸을 움츠린다는 뜻이며, 渾(혼)은 물이 합쳐지듯 뒤섞이는 모습을 뜻한다.

성인은 고정된 마음을 갖지 않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는다. 선한 사람에게도 나는 선하게 대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나는 선하게 대한다. 성인의 덕은 참으로 선하다. 신뢰하는 사람에게도 나는 믿음으로 대하고,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나는 믿음으로 대한다. 성인의 덕은 참다운 믿음이다. 성인이 천하를 다스리는 자리에 있으면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하고, 천하를 위해 자기의 마음을 도와 혼연일체가 되게 한다. 백성들이 모두 귀와 눈을 집중하여 살피니, 성인은 이들을 모두 어린아이처럼 무지무욕하게 한다.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信者吾信之. 不善信吾亦信之. 德信. 聖人在天下 焉. 爲天不渾其心. 百姓皆注其耳目 聖人皆孩之. 「道德經」 第49章-任德)

任 임 [맡기다 / 책임지다]

(1)임금 또는 임을 뜻하는 壬(임/정)은 보기보다 그 쓰임이 까다로운데 그에 따라 훈과 음이 달라진다. ①壬(북방 임)은 십간의 아홉째며 북방에 거하는 임금(王변형)이다. ②壬(간사할 임)은 귀양지에서 목이 잘린( ) 간사한 선비(士)로 본다. ③壬(까치발 정)은 땅바닥(土) 위에서 까치발을 드는( ) 즉 발뒤꿈치를 드는 모습이기도 하다. 聽(들을 청). ④壬(베틀 정)은 아직 씨줄과 날줄이 걸려 있지 않은 베틀이다. (2)壬(임)은 베 짜는 노비들을 관리하는 지방의 수령( )이라는 의미를 지닌 任(맡길 임)이 나왔다. 여기에서 확대하여 廷(조정 정)과 廳(관청 청)이 생겼다.

道는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마음이 없다. 구분한다는 것은 기준을 세워 놓고 차별한다는 뜻이다. 차별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우리 곁에서 사람을 갈라놓는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이 평등법을 가지고 있다. 평등법 제정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첫걸음이다. “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누군가의 몫을 뺏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의 크기를 넓히는 과정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출처: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