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나 하나의 사랑 (송민도.1955)

= 노래 이야기 =

가수의 여러 조건 중에 가사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는 참 중요합니다. 결국, 노래는 생각과 마음을 멜로디에 실어 전달하는 이야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사 하나하나를 또록또록 정확하게 발음하면서 노랫말에 담긴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달했던 가수로 많은 사람들은 '송민도' 선배님을 떠올립니다. 

송민도 선배님의 데뷔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습니다. 그 당시 이미 결혼한 몸이었고, 우리나이로 스물 셋이었던 1947년, 당시 중앙방송국이라고 불렸던 KBS의 전속가수 1기생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자 가수들이 맑고 고운 꾀꼬리 목소리로 십대 어린 나이부터 노래를 부르며 데뷔했던 것과 달리 송민도 선배님은 그 당시 늦은 나이에, 그것도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전속가수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발탁이었는데요.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뛰어넘을 만큼 송민도 선배님의 노래실력은 독보적이었고, 다른 가수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송민도 선배님은 1948년 데뷔곡 '고향초'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첫 곡을 내면서 음반사측에서 '민도'라는 이름이 남자 이름같다면서 다른 이름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목사였던 아버지가 지어주신 '하늘 민(旻), 길 도(道)', '민도'라는 이름을 끝까지 고수했다고 하지요. 결국, 레코드사에선 송민도 선배님 허락없이 앨범엔 '고향초'를 부른 가수가 '송민숙'이라고 적어서 발매했는데요. 그 이후부터는 원래 이름 '송민도'로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게 되었지요. 

6.25 전쟁 때엔 '정훈공적대' 소속으로 위문공연을 다니며 장병과 국민들을 위로했던 '송민도 선배님'은 전쟁이 휴전된 이후,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데요. 바로 새롭게 KBS 경음악단을 지휘하던 '손석우'선생님과 조우하게 됩니다. '손석우'선생님은 장흥에서 태어나 목포 호남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41년에 작곡가 김해송 선생님의 소개로 조선 연예 주식회사에 입사해서 연주자로 활동했고요. 

 

이후, KBS 경음악단을 이끌면서 품격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우리 가요들을 작곡하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그런 손석우 선생님이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가 바로 '나 하나의 사랑'이었고, 이 곡을 노래한 가수가 바로 송민도 선배님이었습니다. 

'나 하나의 사랑'은 1955년에 발표된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그 세련된 멜로디가 놀랍기만 하고, 마치 1980년대 이후에 발표된 곡인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그 이유는 이전의 트로트나 신민요와 다르게 7음계가 사용되면서 서구 대중음악의 느낌을 더 깊이 담았고요. 

 

개인적인 사랑의 고백을 담담하게 전하는 노랫말은 1970년대 이후의 가요에서나 등장하는 가사의 형식이었고, '나 혼자 만이 그대를 알고싶소, 갖고싶소'와 같은 노랫말은 그 당시 여성이 표현하기 힘든 사랑 고백이었기에 '나 하나의 사랑'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가는 노래로 각광받았습니다.

송민도 선배님이 '나 하나의 사랑'을 발표했을 때는 서른을 갓 넘겼을 때였는데요. 손석우 선생님은 그 당시 송민도 선배님에 대해서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새파란 젊은이는 아니었으나 가창력이 좋고 성악의 수련을 쌓은, 그러나 유형적 기성 가수와는 타입이 다른 존재"라고 말이지요. 

 

손석우 생님은 이 노래의 기획 단계부터 송민도 선배님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요. 역시 그 예상은 적중해 송민도 선배님의 낮고 깊은 알토의 목소리로 부른 '나 하나의 사랑'은 방송되자마자, 여학생을 비롯한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요. 이후, 전국민이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사랑하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나 하나의 사랑'을 작사 작곡한 손석우 선생님은 그 창작배경을 이렇게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가을 밤, 기타를 안고 있는데 어떤 모티브가 떠올랐고, 이것을 음악으로 옮겨 보니 간결한 선율에 32소절의 왈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사가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바로 그때 임신한 몸으로 잠들어 있던 아내를 보았고, 순간 그동안 고생만 시킨 미안한 마음에 반성과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가사를 써내려간 것이 바로 '나 하나의 사랑'이지요.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싶소
 
 나 혼자만을 그대여 생각해주
 나 혼자만을 그대여 사랑해주
 나 혼자만을 그대는 믿어주고
 영원히 영원히 변함없이 사랑해주"


진심어린 사랑에는 화려하고 긴 미사여구가 필요 없지요. 그래서 담백하고 진심어린 '나 하나의 사랑' 노래가사가 더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노래를 부른 송민도 선배님 역시 기교없는 담백하면서도 곱고 지성적인 목소리로 그 감동을 전하는데요.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서 '나 하나의 사랑'은 노래 첫 소절인 '나 혼자만이'라는 제목으로 소설로도 만들어졌고, 이어서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우리나라에서 히트가요가 영화로 만들어진 최초의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석우 선생님은 '나 하나의 사랑' 이후 1956년, 우리나라 최초의 드라마 주제가였던 '청실 홍실'을 작곡했는데요. '청실 홍실' 역시 송민도 선배님과 안다성 선배님의 목소리로 전국에 울려 퍼지면서 최고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손석우 선배님은 우리나라 가요계에 스탠더드 팝 시대를 이끌었던 전설이 되었고요. 송민도 선배님 역시 '카츄샤의 노래' '여옥의 노래' '하늘의 황금마차' '행복한 일요일' 등의 히트곡을 계속 발표하면서 고급스러운 창법과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우리나라 가요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지요.

이제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또 하나의 세월이 흘러가지만, 그 세월을 함께 지낸 아내와 남편, 그리고 가족이 곁에 있기에 우리는 또 하나의 감사함을 마음에 품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겠지요. 

 

한해를 돌아보게 되는 요즘,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나 하나의 사랑'을 나직하게 함께 불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모든 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