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 (명국환1956)

= 노래 이야기 =

1959년, 인기가수를 뽑는 투표가 진행된 적이 있는데요. 쟁쟁한 가수들 속에서 1위를 차지한 가수는 '현인' 선배님이었고요. 인기가수 2위로 뽑힌 주인공은 바로 '명국환' 선배님이었습니다. 그만큼 1950년대 명국환 선배님은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면서 5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였습니다.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중학교 때 고향에서 열린 콩쿨에서 '남인수'선배님의 '남아일생'을 멋지게 불러서 3등을 차지했고요. 6.25 때 피난 내려온 후, 육군 8240부대 정훈공작대원으로 참전하고, 휴전 직후인 1954년 가수선발대회 입상한 명국환 선배님은 샛별악극단에 입단하여 활동합니다. 그리고 이때, 가수 나애심 선배님을 알게 되면서 나애심 선배님의 오빠인 작곡가 '전오승'선생님과 조우하게 되고요. 전오승 선생님의 곡인 '백마야 울지 마라'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지요.

명국환 선배님의 노래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이 과하지 않고 적절해서 듣는 사람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고요. 깔끔한 목소리에 자연스러운 창법을 구사하면서 노래의 기교가 과하지 않고 소탈한 것이 바로 명국환 선배님만의 장점인데요. 이런 명국환 선배님의 장점을 잘 살린 노래들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거지요.

1950년대는 우리나라에 서구음악들이 유입되었던 시기였습니다. 6.25 전쟁으로 파병온 미군들을 통해 서구문화들이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되었고요. 우리 가요에도 다양한 리듬의 이국적인 노래들이 만들어졌는데, 그중에서 명국환 선배님의 노래는 그 당시 어린아이들도 따라 부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지요. 

1955년에 발표한 '아리조나 카우보이'는 전오승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로 가볍고 경쾌한 폴카리듬으로 신선함을 전해주었고요. 그 당시 미국의 서부영화로 미국을 간접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아리조나 카우보이'는 미국 서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로 사랑받는 인기곡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시작으로 명국환 선배님은 이국풍, 특히 미국의 서부나 말과 관련된 노래들을 연이어 발표했고, 그중 대표곡이 바로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입니다.

'아리조나 카우보이'를 작곡했던 전오승 선생님이 곡을 쓰고, 유노완 선생님이 작사한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는 1956년에 발표되었는데요. '벤조'라는 미국의 민속악기가 가사 처음에 등장하면서 마치 미국의 역마차가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 중간에 등장하는 '청포도'라든지 '송아지 울고 있는 벌판' '안개나린 강변' 등의 가사들은 정다운 우리 고향을 연상하게 만들어 주지요. 한마디로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노래이면서도 노래의 속내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노래가 바로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입니다. 


"벤조를 울리며 마차는 간다 마차는 간다
 저 산골을 돌아서가면 내 고향이다
 이랴 어서가자 이랴 어서가자
 구름이 둥실대는 고개를
 꾸불꾸불꾸불 넘어간다
 말방울 울리며 마차는 간다

​ 깃발을 날리며 마차는 간다 마차는 간다
 정든님 기다려주는 내 고향으로
 이랴 어서가자 이랴 어서가자
 청포도 무르익은 언덕을
 꾸불꾸불꾸불 달려간다
 말굽이 장단에 마차는 간다

 황혼빛 바라며 마차는 간다 마차는 간다
 안개나린 강변을 끼고 내 고향찾아
 이랴 어서가자 이랴 어서가자
 송아지 울고있는 벌판을
 꾸불꾸불꾸불 굴러간다
 말채찍 흔들며 마차는 간다"


작곡가 전오승 선생님은 1950년대 당시 누구나 서울로 몰려들어 출세를 꿈꾸는 경박한 풍조를 보고, 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담아서 곡을 만들면 히트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때마침 작사가 유노완 선생님이 몇 편의 가사를 만들어 왔는데, 그중에서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라는 가사가 가장 마음에 들어 부랴부랴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 노래는 곡조가 단순하면서도 경쾌하고 산뜻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겁게 부를 수 있는 인기곡이 되었고요. 명국환 선배님을 대표하는 노래로 지금도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습니다.

명국환 선배님은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를 발표한 이후에도 '청춘의 삼색깃발'에서 '달 실은 청노새'를 타고 고향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을 노래했는데요. 그래서 명국환 선배님을 가리켜서 많은 사람들은 희망을 노래하는 '역마의 가인(歌人)'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눈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봄인데요. 어느 곳을 가든 정다운 산천이 우리를 유혹하는 요즘, '말방울 울리며' 시골길을 가는 마차에 걸터앉아 그리운 고향을 찾아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유유자적 마음의 자유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