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누구나 처할 수 있어… 존엄한 마무리 보장돼야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극빈층 사례만 아닌 이미 일상의 문제돼
생애 말기 설계·사후자기결정 교육 필요
지난달 경기 동두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66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잠긴 문을 뜯자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고, 심한 냄새로 미뤄볼 때 시신이 꽤 오랜 시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약 100㎡(30평)대 널찍한 집으로 빈곤 가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유품정리업체 키퍼스코리아의 김석중 대표는 “이 여성은 남편 없이 혼자 살고 있었고 자녀도 해외에 나가 있어서 사망 후 늦게 발견된 것”이라며 “고독사를 일부 극빈층이나 쪽방촌 등의 사례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고독사는 누구든 처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4월 경기 동두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독사한 60대 중반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키퍼스코리아 제공

홀로 죽어 뒤늦게 발견되는 ‘고립된 죽음’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고인을 존엄한 인간으로서 추모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혼자서 죽음을 맞는 사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독사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권리도 당연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조만간 발표하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는 당사자가 존엄한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교육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독사 위험군인 독거노인이 생활지원사에게 가장 많이 묻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되느냐’이다.

서울시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 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는 “고립돼서 고독하게 사는 분들은 자기의 죽음에 대해서 계속 고민한다”며 “죽고 나서 자기의 시신이 아무런 애도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이들의 큰 걱정 하나를 덜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설령 홀로 죽음을 맞더라도 공영장례 등으로 존엄하게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것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게 이들을 품는 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독사한 사람의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 사망자로 공영장례를 치르게 된다.

고독사가 발생한 현장을 꼼꼼히 분석해 그 사람의 생애 마지막 시기를 재구성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김석중 대표는 “고독사로 이어지기까지 이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현장의 흔적을 자세히 살펴야 하는데 그 전에 특수청소로 모두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례 분석이 있어야 반복되는 고독사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죽음 교육에는 사후자기결정권 등 장례 교육을 확대하고 생애 말기를 설계·준비하는 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별 장례 서비스 지원금이 크게는 2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등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지원이 늘어나면 유족이 장례 비용 문제로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옥 이사는 “공영장례 등이 고독사 위험군에 하나의 권리로 인식돼야 한다”며 “사회가 사후에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이정한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