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8%P 줄었어요"… 앱에서 비교하고 갈아타면 OK

지난달 31일 금융당국과 업계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기존 대출을 조회한 뒤 클릭 몇 번으로 대출 이자가 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간편 서비스다.

53개 금융사에서 빌린 신용 대출만 가능하며 6개월 이상 경과된 대출이 대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출시 이후 5영업일 동안 총 8936건, 대출 금액으로는 총 2346억원이 이동했다. 이용자 대부분이 낮은 금리 상품으로 이동했음을 감안하면 연간 환산 수십억 원의 이자가 절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공개한 성공 사례 중에는 연 이자를 8%포인트 이상 절감한 소비자도 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서 1금융권 은행으로 갈아탄 사례가 가장 큰 효과를 봤지만, 같은 업권(카드사→카드사)에서 갈아탔지만 6%포인트 이상 절감한 고객도 있었다.

모 저축은행에서 최고금리(19.9%)를 적용받았던 한 이용자는 3000만원짜리 신용대출을 카드사로 옮기면서 이자를 14.4%로 낮췄다.

뜨거운 관심 덕에 우리은행이 한도(월 약 330억원)를 모두 소진했고,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다른 금융사들도 월 신규 한도를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일주일도 안 돼 한도를 채운 은행들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당분간 대환대출 한도를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상황을 지켜본 뒤 연간 한도를 늘릴지, 연간 한도는 그대로 두되 월간 한도를 없앨지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의 경우 전년도 신용대출 취급액의 10%와 4000억원 중 작은 금액을 대환대출 연간 한도로, 이를 달마다 나눈 금액을 월간 한도로 정한 바 있다.

초기 소비자 반응은 좋은 편이다. 대환대출 서비스를 활용해 이자가 3%포인트 이상 낮은 상품으로 갈아탔다는 40대 직장인 윤 모씨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금융사 대출과 비교해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만기까지 지금 상품을 유지했을 것"이라며 "직장인들은 원천징수 서류 떼기도 눈치 보이고 영업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인데, 비대면인 데다 클릭 몇 번에 갈아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 모씨는 "모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카카오뱅크로 대환했는데 며칠 만에 신용점수가 70점이나 올랐더라. 이자도 3%포인트 이상 절감해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중저신용자 중에서는 갈아탈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환대출 인프라에 따른 이자 절감 효과가 고신용자에 쏠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은 한도를 채웠지만 저축은행 업계 대환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중저신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중저신용자 중 대환 상품이 조회되지 않는 사례는 이미 대출을 받을 만큼 받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초과했거나 직장 정보가 없는 경우, 연 소득이 일정 기준 미만인 경우 등이다. 연체나 법률 분쟁 등에 연관돼 있는 대출도 갈아탈 수 없다.

아직 시행 초기이고 회사별로 제휴 금융사를 늘리고 있어 향후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

다른 대출 조회와 달리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주기적으로 대환할 상품을 조회해보는 것이 좋다.

일부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는 낮은 금리의 상품이 아예 뜨지 않거나 오히려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추천되기도 했다.

고신용자여서 기존에 충분히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경우, 이미 DSR 규제를 초과해 1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대출 비교 플랫폼에 입점한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대출 조건 조회 결과를 전송하는 데 지연 또는 오류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대환도 이르면 연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주담대는 신용대출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출처: 신찬옥  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