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슈샤인 보이 (박단마.1952)

= 노래 이야기 =

가요는 우리의 솔직한 감정을 전달해주면서 동시에 그 시대상을 반영해주기도 하지요. 특히, 옛 가요들은 지금은 알지 못하는 그 시대의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가 많은데요. 6.25 전쟁 당시에 발표된 노래들도 마찬가집니다. 500만 명의 희생자와 약 천만 명의 이산가족을 만들어낸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아픈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노래들이 있고요. 이 시기에 발표된 노래들을 우리는 '전쟁가요'라고 부르지요. 

전쟁 중에도 우리 가요는 끊이지 않고 만들어졌습니다. 피난 중에도 레코드사에서는 노래를 계속 만들었고, 많은 가수들이 전장을 찾아 노래하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았고요. 또, 사람들은 구슬픈 곡조 하나로 이별과 실향의 아픔을 견뎌내고 전쟁의 시름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1951년에 신세영 선배님이 발표한 '전선야곡'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를 그리워하는 불멸의 보초가로 사랑받았고요. 역시 1951년 심연옥 선배님이 부른 '아내의 노래'는 전쟁터에 나가있는 남편이 무사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인 선배님이 노래한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흥남부두에서 헤어진 금순이를 그리워하지만, 비록 만나지 못하더라도 굳세게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노래했고요. 

부산으로 피난 온 피난민들의 고달픈 피난살이를 그린 노래가 바로 박재홍 선배님의 '경상도 아가씨'였습니다. 이외에도 '봄날은 간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같은 노래들 역시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달래주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시기에 발표된 노래들이 대체로 단조의 멜로디와 애잔한 가사였지만, 특이하게도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사랑받았던 노래가 바로 박단마 선배님의 '슈샤인 보이'입니다.

이서구 선생님이 작사하고, 손목인 선생님이 작곡한 '슈샤인 보이'는 1952년 전쟁 한가운데서 만들어지고 발표되었는데요. 노래는 밝고 경쾌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어린아이들이 구두 통을 들고 구두닦이로 살아가야만 했던 현실을 담고 있는 노래가 바로 '슈샤인 보이'입니다.

전쟁 통에 먹을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석탄과 철광석 등 지하자원과 수풍댐의 전력 등 자원이 풍부한 북한지역에 대부분 산업시설을 건설해 놓았기 때문에 남한은 제대로 된 공장 하나 변변하게 없었고요. 결국 사람들은 피난을 떠나와 제대로 변변한 직업을 얻을 기회조차 없었지요. 결국, 농촌에서는 산과 들로 나가 초근목피로 연명했고, 피난민들로 가득 찬 도시에선 어린아이들조차 구두 통을 직접 만들어서 구두닦이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는데요. 

어린 구두닦이 소년들은 주로 구두를 신은 미군을 상대로 했기에 부산과 대구의 미군부대 앞에서 구두를 닦았고요. 서울이 수복된 다음부터는 명동과 종로, 을지로 그리고 서울역 등지에서 구두닦이 소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슈샤인 보이'가 히트하면서 많은 구두닦이 소년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단한 날들을 버텨냈었지요.


 "슈샤인 슈-샨 보이 슈샤인 슈-샨 보이
  슈슈슈슈 슈샤인 보이 슈슈슈슈 슈샤인 보이
  헬로 슈샤인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아무리 피난통에 허덕거려도
  구두하나 못 닦아 신는 도련님은요
  어여쁜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는
  노노노 노 굿 이래요

  슈샤인 슈-샨 보이 슈샤인 슈-샨 보이
  슈슈슈슈 슈샤인 보이 슈슈슈슈 슈샤인 보이
  헬로 슈샤인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구두를 닦으세요
  아무리 피난통에 허덕거려도
  구두하나 못 닦아 신는 도련님은요
  어여쁜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는
  노노노 노 굿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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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마 선배님은 1930년대부터 우리가요를 대표하는 가수 중에 한 사람인데요. '나는 열일곱살' '맹꽁이 타령'으로 인기를 모았고, 여러 악극단과 쇼 무대에서 '박단마쇼'를 히트시키며 명실상부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았습니다. 그리고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표한 '슈샤인 보이'와 '아리랑 목동'은 국민가요로 사랑받았고요. 이후, 여러 가수들에 의해서 리메이크 되면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명곡이 되었지요. 

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3년이 되었는데요. 오래 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60년대까지 아이들은 여전히 구두닦이, 아이스께끼 장수로 일했고요. 70년대에는 신문배달과 우유배달을 하는 아이들 역시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린이 헌장'과 '국민교육 헌장'이 발표되면서 비로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보호의 울타리가 생겨났는데요.

한국전쟁 때문에 생겨난 어린이의 직업 1호였던 '슈샤인 보이'였기에 '슈샤인 보이'의 경쾌한 멜로디가 흥겨우면서도 한편으론 그 시절 구두를 닦아야만 했던 아이들에 대한 측은함이 느껴지고요. 그렇게 고된 날들을 '슈샤인 보이'를 노래하면서 견디고 버텨냈던 수많은 '슈샤인 보이'들이 지금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라고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감상하시면, 부모님이 살아오신 세월의 편린들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