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바다의 교향시 (김정구.1938)

= 노래 이야기 =

김정구 선배님의 대표곡으로 '눈물 젖은 두만강'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실제로 김정구 선배님이 생전에 발표한 노래들 중에는 밝고 명랑한 노래들이 더 많았습니다. 

인기가수이자 작곡가였던 친형 '김용환' 선생님으로부터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교회에 다니면서 노래를 불렀던 김정구 선배님은 고향이 함경북도 원산이었는데요. '원산 관현악단'에서 혼성합창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1935년 가수로 데뷔하게 됩니다. 이때 처음으로 취입한 노래가 '삼번통 아가씨'라는 곡이었는데요. 

초기엔 형인 김용환 선생님과 창법과 목소리가 비슷해서 별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김정구 선배님은 '만요'라는 코믹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38년, '왕서방 연가'라는 노래가 전국의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다 따라 부를 정도로 인기를 모으면서 '김정구'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지요.

1938년에 김정구 선배님은 '왕서방 연가' 뿐만 아니라 '눈물 젖은 두만강'과 '바다의 교향시'라는 명곡들을 연달아 발표했는데요. 지금은 김정구 선배님을 대표하는 노래가 '눈물 젖은 두만강'이지만, 데뷔 초기엔 오히려 명랑하고 밝고 씩씩한 노래들이 더 각광받았다고 하지요. 많은 사람들은 김정구 선배님의 유쾌한 노래를 들으면서 고달픈 삶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이런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애창되는 대표곡이 바로 '바다의 교향시'입니다.

'교향시'는 클래식에서 시(詩)나 전설과 같은 문학적인 내용이나 풍경 등의 회화적인 내용을 표현한 관현악곡을 뜻하는데요. '바다의 교향시'는 제목처럼 바다에서 펼쳐지는 청춘의 로맨스와 희망을 경쾌하게 담은 곡으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특히, 이 노래가 발표된 시기가 1938년으로 일제강점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의 교향시'는 희망을 갖고 미래를 지향하는 젊은이의 꿈을 경쾌한 행진곡풍으로 그려내고 있는데요. 흥겹게 노래하는 김정구 선배님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가슴속에 푸른 바다가 펼쳐지면서 현실의 걱정과 근심을 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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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가자가자 바다로 가자
  출렁출렁 물결치는 푸른바다 저편에
  산호수풀 우거진 곳 로맨스를 찾아서
  어서 어서 어서 가자 어서 가
  젊은 피가 출렁대는
  저 바다는 부른다 저 바다는 부른다

​  어서 가자가자 바다로 가자
  가물가물 하얀돛대 쓰러지는 수평선
  섬 아가씨 얽어주는 로맨스를 찾아서
  어서 어서 어서 가자 어서 가
  갈매기떼 너울대는
  저 바다는 부른다 저 바다는 부른다

​  어서 가자가자 바다로 가자
  뭉게뭉게 구름이는 명사십리 바닷가
  안타까운 젊은날의 로맨스를 찾아서
  어서 어서 어서 가자 어서 가
  젊은 꿈이 굼실대는
  저 바다는 부른다 저 바다는 부른다"


이 곡의 가사를 쓴 '금능인' 선생님의 본명은 '승응순(昇應順)'이고요. 황해도 금천에서 태어났는데, '금천'의 또 다른 이름이 "금릉(金陵)"이어서 자신의 예명으로 '금능인'을 쓰게 됐다고 해요. 그리고 처음엔 신문기자로 활동하다가 1933년 손목인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 '타향살이'의 가사를 쓰게 되고요. 

그 이후, 오케레코드사의 초대 문예부장을 지내면서 손목인 선생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노래들을 작사했는데요. 특히, 1930년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래준 작사가로 평가됩니다.

'바다의 교향시' 역시 금능인 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손목인 선생님이 작곡한 명곡 중에 하나로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곡인데요. 노래 가사에 나오는 '명사십리(明沙十里)'는 깨끗한 모래가 10리(4km)나 펼쳐져 있는 곳으로 김정구 선배님의 고향인 함경도 원산에 있는 피서지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평소에 고향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김정구 선배님은 마지막으로 언젠가 통일이 되면 자신을 고향인 원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하셨는데요. 오랜 세월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푸른 바다와 금빛 모래밭이 펼쳐진 명사십리를 얼마나 그리워하셨을지 짐작이 됩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요즘인데요. 푸른 바다로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시는 분들도 참 많으실 거예요. 비록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처지일지라도, 깨끗한 백사장이 10리나 펼쳐져 있고 파도가 반짝거리는 명사십리 바닷가를 떠올리시면서,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싶고 백사장에 뒹굴면서 한껏 자연을 구가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