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이씨스터즈.1966)

= 노래 이야기 =

여름이면 강원도로 휴가를 떠나시는 분들이 매년마다 늘어나고 있는데요.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는 강원도의 해수욕장 중에서도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곳이 바로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 해수욕장'입니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의 폭이 70미터나 되고, 해변의 길이가 1.7킬로미터인 '화진포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은 편이어서 예로부터 해수욕하기 참 좋은 곳인데요. 고성 8경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화진포' 호수 역시 주변에 푸른 소나무숲이 감싸고 있고요. 

푸른 동해바다와 맞닿아있는 절경으로 김일성 별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 이기붕 부통령 별장이 있어서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렇게 바다와 호수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천혜절경의 '화진포'지만, 1960년대만 해도 교통편이 열악해서 서울에서 화진포까지 가려면 꼬박 하루가 걸렸고요.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의 출입이 쉽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진포'의 황금물결과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꽃구름, 그리고 탁 트인 백사장의 아름다움을 전국민에게 알려준 노래가 바로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입니다.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은 1966년 '이씨스터즈'가 발표한 곡인데요. 유명한 음반기획자이자, 작사와 작곡으로 유명했던 '황우루' 선생님이 만든 이 곡은 아름다운 바다의 정취를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내고, '이씨스터즈'의 시원한 하모니가 일품인 여름노래입니다. 

'이씨스터즈'의 밝고 명랑하고 시원한 노래 뒤에 '봉봉 사중창단'의 코러스가 더해지면서 밝고 경쾌하고 정다운 느낌이 더해졌고요.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화진포'가 얼마나 좋은 곳일까 상상하게 되고, 사랑하는 연인과 화진포 바다에 한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동경의 장소로 급부상했는데요. 

이후,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은 매년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대표적인 여름노래로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고,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3년에 '이씨스터즈'는 강원도 고성군으로부터 감사패도 받게 됩니다.

​
 "황금물결 찰랑대는 정다운 바닷가
  아름다운 화진포에 맺은 사랑아
  꽃구름이 흘러가는 수평선 저 너머
  푸른꿈이 뭉게 뭉게 가슴 적시면
  조개껍질 줏어모아 마음을 수놓고
  영원토록 변치말자 맹세한 사랑

  랄랄랄 라- 랄랄랄 라- 랄랄랄랄 랄 라-
  랄랄랄 라- 랄랄랄 라- 랄랄랄랄 랄 라-

  은물결이 반짝이는 그리운 화진포
  모래위에 새겨놓은 사랑의 언약
  흰돛단배 흘러가는 수평선 저 멀리
  오색꿈이 곱게 곱게 물결쳐오면
  모래성을 쌓아놓고 손가락 걸며
  영원토록 변치말자 맹세한 사랑"


'이씨스터즈'는 걸그룹의 원조 격인 김씨스터즈, 김치캣 등과 함께 화려한 시기를 구가했던 팀입니다. 충북 영동 출신의 친자매였던 김천숙, 김명자 선배님은 학창시절부터 각종 노래 콩쿨대회를 휩쓸 만큼 노래실력이 뛰어났는데요. 

동생인 '김명자' 선배님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8군 오디션에 참가했고, 이때 김명자 선배님을 눈여겨봤던 작곡가 '박선길' 선생님이 여성보컬그룹을 제안하게 되지요. 그 결과, 당시 철도청에 근무하던 언니 '김천숙' 선배님이 합류했고요. 함께 철도청에 근무했던 노래실력 뛰어난 직장동료 '이정자' 선배님까지 가세해서 만들어진 팀이 바로 '이씨스터즈'입니다.  

그 당시 '김씨스터즈'가 먼저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씨스터즈' 대신 '이씨스터즈'란 팀명을 짓게 되었는데요. 이씨스터즈는 '서울의 아가씨', '남성금지구역', '날씬한 아가씨끼리', '목석같은 사나이', '별들에게 물어봐', '여군 미스리', '울릉도 트위스트'처럼 젊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쾌한 노래들로 시대를 이끌었고, 전쟁이 끝나고 사회 전반적으로 힘들고 지친 현실을 밝고 사랑스러운 노래로 위로해주었습니다.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은 1970년대에 '바니걸즈'가 다시 노래해서 또다시 많은 사랑을 받았고요. 매년마다 여름이 되면 라디오에서 항상 들려오는 여름노래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곡인데요. 황우루 선생님이 작사 작곡한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순수한 가사가 마음을 깨끗하고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노래가 바로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여름노래는 그야말로 최고의 피서지요. 무더위 속에서도 휴가 한번 못가셨다면, 청량감 가득한 노래 들으시면서 잠시나마 푸른 파도 넘실대고 금모래 반짝거리고, 여유롭게 조개껍질 주울 수 있는 낭만의 화진포 해변으로 떠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