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부모 '발톱' 본적 있나…이어령 죽음 지켜본 그의 성찰

[최철주의 독거노남]

늙어 홀로 되신 부모의 ‘발톱’을 본 적 있는가. 나이 들어 허리 굽히기가 힘들다. 눈은 침침하고 손도 무뎌져 손톱깎이를 발톱에 제대로 물리기도 어렵다. 잘못 자르다 살이 물린다.

발가락이 곪아 수술까지도 간다. ‘발톱 깎기’는 노인들 공통의 난제다. 그렇게 노화는 사소한 곳부터 전면적으로 삶을 침공해 온다.

그에 맞서 누구든 ‘싸울 수가 없다’. 그래서 소설가 필립 로스는 “노년은 대학살이다”라고 했을 게다. 모두(『에브리맨』)에게 말이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돼 깊은 울림을 줬던 ‘최철주의 독거노남’을 다시 권한다. 생생했던 모든 것이 빛바래고 밤의 깊은 침묵 속으로 스러져가는 계절에 되새겨 읽을 이야기다.

저자는 딸과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내고, 웰다잉 강사로 15년 이상 강연과 저술을 해왔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그는 오랜 시간 교류해온 이른바 ‘성공한’ 한국 남성들도 겪는 가혹한 노년을 잘 안다. 그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니까.

‘존엄한 죽음’은 최후의 순간을 어떻게 맞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위엄 있게 생의 남아 있는 시간을 스스로 영위하는 문제다.

그래서 저자가 죽음까지 지켜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마무리가 아름답고,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암 치료를 중단하고 마지막 순간을 순리에 맡긴 최종현 전 SK 회장의 단호한 생사관이 부럽다.

이들 거인의 묵직한 뒷모습뿐 아니라, 간난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필부필부들이 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뒤 남긴 소박한 구술 자서전에서도 삶은 존엄하다.

17편 에세이 속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뿐 아니라, ‘슬기로운 노년 생활’에 대한 치트키도 빼놓지 않았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