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바람에 부치는 편지 (이성애.1977)

= 노래 이야기 =

우리나라 가수 중에 일본에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둔 가수라고 하면, 1980년대의 계은숙, 김연자씨가 대표적인데요. 그보다 먼저인 1970년대에 일본에 진출해서 많은 인기를 모았던 가수가 바로 이성애 선배님입니다.

이성애 선배님은 1977년에 일본에 진출해서 남진 선배님의 노래인 ’가슴 아프게‘를 일본어로 번안해서 불렀는데요. 일본어 제목도 ’가슴 아프게‘의 한국어 발음을 일본식으로 ’카스마뿌게‘라고 표기해서 발표했는데, 이 노래는 일본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던 ’8트랙 가라오케‘에 수록되었고, 후지TV 프로그램 ’밤의 히트 스튜디오‘에 출연할 정도로 이성애 선배님의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후, 이성애 선배님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총4장의 싱글과 5장의 LP와 카세트테입을 발표하면서 6억5천만엔의 매출고를 올렸고, 당시 일본평론가들이 ’엔카의 원조를 한국의 이성애로부터 찾았다‘라고 평할 정도였는데요. 그만큼 이성애 선배님은 국경을 넘나들며 사랑받는 가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때 이성애 선배님의 별명은 ’한국의 카렌 카펜터‘였어요. ’카렌 카펜터‘는 미국의 남매 듀엣이었던 ’카펜터즈‘의 여성멤버 이름인데요. 이성애 선배님이 ’카펜터즈‘의 ’Top of the world’를 번안해서 부른 노래 ‘사랑을 느낄 때’를 들으면, 원조 가수인 ‘카펜터즈’보다 더 카펜터즈같은 이성애 선배님의 목소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허스키하면서도 감미롭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가 이성애 선배님의 매력이었고, 1971년 ‘사랑의 오두막집’으로 데뷔하자마자, 훤칠한 미모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주목받으면서 1973년에는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곡으로 KBS, MBC, CBS에서 모두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수상한 주인공이 바로 ‘이성애 선배님’이었습니다. 

매혹적인 목소리로 노래한 여러 곡들 중에서 서정적이면서도 정감어린 가사와 멜로디로 사랑받은 노래가 1977년에 발표한 ‘바람에 부치는 편지’인데요. 황문평 선생님이 작곡한 멜로디는 아련한 향수를 일깨워주면서 마음을 애잔하게 만들어주고, 신동운 선생님이 작사한 노랫말은 바다 건너 사할린 섬에 있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님에게 바람따라 소식을 전하고픈 애달픈 마음을 들려줍니다. 


‘ 바다 위에 번지는 갈매기 울음 소리는
  안타까운 내 님의 목 메인 사연일까
   다정하게 속삭이던 내 님의 목소리
   귓가에서 들리다가 사라져 가네
   바람아 바다 건너 님에게 전해다오
   기다리는 이 마음 기다리는 이 마음을.

   보이는 섬이지만 소식을 알릴 수 없네
   그 시절의 그 모습 그대로 지니실까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물의 사하린
   돌아오는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바람아 바다 건너 님에게 전해다오
   기다리는 이 마음 기다리는 이 마음을.

   (대사) 
   바다 위에 번지는 갈매기 울음 소리는
   안타까운 내 님의 목메인 사연일까
   바람아 바다 건너 님에게 전해다오
   기다리는 이 마음 기다리는 이 마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물의 사하린
   돌아오는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바람아 바다 건너 님에게 전해다오
   기다리는 이 마음 기다리는 이 마음을. ’


이 노래에 등장하는 ‘사할린’은 일제 강점기 때, 4만명이나 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제 징용돼서 끌려갔던 섬입니다. 일본은 강제 징용된 우리나라 사람들을 탄광과 군수공장에 배치해서 혹사를 시켰습니다. 

전쟁에서 일본이 패하자, 사할린은 러시아에게 탈환되었고, 그 과정에서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본국에 송환하지 않고 남겨둔 채 후퇴해 버렸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공산국가와 교류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할린에 남겨진 우리 동포들의 송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고요. 북한에서 사할린 동포들을 회유하기도 했지만, 남한에 연고가 있는 대부분의 사할린 동포는 이를 거부하였고, 결국 무국적자의 신분으로 생활해야만
했죠.  

그렇게 냉전체제하에서 소련은 3만명이나 됐던 사할린 한인들의 출국을 금지 시켰는데요. 오랜 세월 동안 사할린에 남겨진 우리 동포들은 고국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다가 소련이 붕괴된 이후인 1990년대에 들어서 비로소 귀국을 원하는 동포들이 우리나라로 송환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일제 강점기 시절,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되면서 이산가족이 되어 오랜 세월 그리워하며 살았던 우리 동포의 아픔을 노래한 곡이 바로
‘바람에 부치는 편지’인데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고 지내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슬픈 일이죠. 우리는 곁에 있어서 사랑할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잘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잊고 살 때가 많은데요.  이 봄, 그리운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면서 ‘바람에 부치는 편지’에 보고픈 마음 담아 전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