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 온다

새봄이 온다

양지쪽 잔디언덕 울 아버지
주무시던 잠을 툭툭 털고
살아 돌아오실 것 같은,
아지랑이 피어
나른해질 봄이 오고있다
바람에 손이 시려도
눈 녹은 자리에 여린 풀싹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봄 온다고, 한참 못 본
친구에게 손편지를 써야겠다
다 아는 얘기 일지라도
내 지나간 겨울을 말하고
친구의 새봄을 물어보고
이 봄엔 얼굴 한번 보자는
약속의 말도 잊지 말아야겠다

땅을 뚫고 일어서는
들풀의 새싹 곁으로
몸을 낮추고 가야겠다
내 숨소리마져 시끄러울
새봄의 고요한 소곤거림에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
방금 태어난 아기를 설레어
받아안듯이 맑은 마음과
설렘으로 새봄을 만나야겠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내게 오는 것들이
얼마나 가슴 뛰게 하는지를

겨울옷을 벗어놓고
새봄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봄 속으로 걸어가야겠다.

글: 이현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