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꽃과 나비 (방주연.1970)

= 노래 이야기 =

‘트로이카’라는 말은 러시아의 형옹사로 ‘3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말 세 마리가 끄는 마차를 ‘트로이카’라고 부르면서 어떤 분야든 대표적 인 삼인방을 가리킬 때, ‘트로이카’라고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언론에서는 자주 쓰지 않지만, 지금으로부터 1970년대와 80년대 신문 헤드라인에서 굉장히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단어가 ‘트로이 카’였는데요. 

각 시대별 여배우 트로이카,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가수 세 사람을 가리켜서 ‘트로이카’라고 불렀는데, 우리나라 영화계의 원조 트로이카는 ‘최은희, 김지미, 엄앵란’ 선배님이었고요. 1970년대엔 ‘문희, 남정임, 윤정희’ 선배님이 영화계의 트로이카였고, 가요계에서는 1970년대 초반 ‘정훈희, 방주연, 이수미’ 선배님이 각광 받는 트로이카로 손꼽혔습니다.

정훈희, 방주연, 이수미 선배님, 이렇게 세 사람이 트로이카로 주목 받은 것은 일단 세 사람의 나이가 비슷했기 때문인데요. 정훈희 선배님과 방주연 선배님은 1951년생으로 동갑이었고, 이수미 선배님이 1952년생으로 한 살 어렸고요. 데뷔년도도 정훈희 선배님이 1967년, 방주연 선배님은 1970년, 그리고 이수미 선배님이 1971년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세사람 모두 발표하는 노래마다 삼인삼색의 매력으로 사랑 받았기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세 사람을 선의의 라이벌로 여겼던 거죠.

그래서, 1972년에 정훈희 선배님이 발표한 ‘풀꽃반지’란 곡을 비슷한 시기인 1973년에 방주연 선배님이 다시 발표 한 적도 있었고요. 이수미 선배님이 ‘여고시절’이란 노래로 인기를 모으자, 방주연 선배님도 ‘자주색가방’을 발표했는데요. 항간에서는 남자가수는 ‘남진’과 ‘나훈아’, 그리고 여자가수는 ‘이수미, ’방주연‘이라는 라이벌 구도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중에서 방주연 선배님은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할 만큼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는데요. 1970년에 자작곡인 ‘슬픈 연가’로 데뷔한 이후, 정말 많은 히트곡들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게 됩니다. 1970년 데뷔하자마자, ‘슬픈 연가’와 ‘꽃과 나비’가 인기를 모았고, 1972년 한해에만 ‘당신의 마음’, ‘그대 변치 않는다면’, ‘자주색 가방’, ‘생각해 보세요’라는 걸출한 히트곡이 탄생했고요. 

이어서 1974년에는 ‘기다리게 해놓고’, ‘내 마음 나도 몰라’, 나중에 조용필 선배님이 리메이크한 노래 ‘정’을 불러서 사랑받았는데요. 작곡가 김부해 선생님에게 사사받았던 방주연 선배님은 여러 히트곡의 가사를 직접 써서 발표했고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1970년, 데뷔 앨범에 수록해서 사랑 받았던 ‘꽃과 나비’입니다.

“모진 바람 불어오고 휘몰아쳐도
그대는 나를 지켜주는 태양의 사나이
가진 것은 없다지만 순정은 있어
너와 나는 나와 너는 꽃과 나비지
눈보라가 몰아쳐도 비가 내려도
그대는 나를 지켜주는 태양의 사나이
모든 것이 싫어져도 당신은 좋아
너와 나는 나와 너는 꽃과 나비지”

김부해 선생님이 곡을 쓰고, 방주연 선배님이 가사를 쓴 ‘꽃과 나비’는 신인가수였던 방주연 선배님의 이름을 널리 알린 인기곡인데요. 이 노래의 가사는 방주연 선배님이 열일곱살 여고생 시절에 써뒀던 시였습니다. 언젠가는 이 시에 아름다운 곡을 붙여서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던 방주연 선배님은 김부해 선생님에게 곡을 부탁하면서 대학교 한 학기 학비를 드렸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김부해 선생님의 연륜이 담겨있는 멜로디에 열일곱살 소녀의 순수함이 담겨있는 가사가 만나서 탄생한 곡이 바로 ‘꽃과 나비’구요. 그래서일까요? 방주연 선배님의 여러 히트곡 중에서 ‘꽃과 나비’는 설레는 봄의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손꼽히며 사랑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숨어있는데요. 가요계의 검열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던 1970년대, ‘꽃과 나비’의 가사에 등장하는 ‘태양의 사나이’라는 구절이 ‘북한의 김일성을 받든다는 뜻이 아니냐’라는 억지주장 때문에 방송금지 처분을 받게 되는 일이 발생했고요. 

인기를 모으던 노래는 갑자기 방송이 중단되었고, 2년이 지난 후에야 흐지부지 규제가 풀리며 다시 방송을 탈 수 있었죠. 바야흐로 온 사방이 오색빛깔 꽃들로 가득한 요즘인데요.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과 아직도 남아있는 샛노란 개나리와 분홍빛 진달래, 향기로운 라일락, 배꽃부터 사과꽃까지~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의 감성을 파스텔톤으로 물들이는 봄날에 꽃과 나비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향기로운 꽃길을 함께 걸으며 잊지 못할 봄날의 추억을 많이 만드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