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서울의 아가씨 (이씨스터즈.1964)

= 노래 이야기 =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분 좋아지는 노래를 발표했던 여성 3인조 그룹이 바로 ‘이씨스터즈’선배님인데요. ‘김씨스터즈’, ‘김치캣’ 등과 함께 화려한 시기를 꽃피우며 걸 그룹의 원조로 활동했던 ‘이씨스터즈’ 선배님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밝고 경쾌한 노래들을 많이 불렀습니다. 

‘남성 금지 구역’, ‘날씬한 아가씨끼리’, ‘목석같은 사나이’,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별들에게 물어봐’ ‘울릉도 트위스트’ ‘여군 미쓰리’ 등등 이씨스터즈 선배님들의 경쾌한 노랫소리는 라디오가 많이 보급되었던 1960년대에 울려 퍼지면서 전쟁 이후 다시 재건을 꿈꾸던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는데요. 

극장 무대 공연이 주를 이뤘던 시기에는 가수의 쇼맨십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1960년대엔 라디오와 TV의 보급으로 인해 노래 실력이 더 중요했고요. 그런 점에서, 멤버가 모두 같은 음을 노래하는 ‘유니즌’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화음을 적절히 구사하는 ‘이씨스터즈’선배님은 노래 실력을 우선시했던 당시의 풍토를 잘 반영하고 있고, 거기에 가벼운 율동을 가미해서 당대 최고의 인기팀으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특히, 1960년대는 국가 주도로 산업화와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전 시대와 비교해서 아주 활발하게 진행된 시기였습니다. 언제나 고향을 떠난 오라버니와 서방님을 기다리던 여성들이 이제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서 공장에 취업해서 돈을 벌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들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렇게 일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노래가 바로 ‘이씨스터즈’선배님의 명랑하고 경쾌한 노래들이었고요. 특히, 그중에서 ‘서울’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많이 사랑받은 곡이 바로 ‘서울의 아가씨’입니다.

‘서울의 아가씨’는 ‘이씨스터즈’ 선배님이 1964년에 발매한 두 번째 앨범 ‘트리오의 금자탑 제2집’에 수록된 곡인데요. 서울 아가씨는 ‘멋쟁이에 맘 좋고 슬기롭고 명랑하고 예쁘고 상냥한’ 여성으로 그려졌고요. 노래 마지막 부분에 ‘깍쟁이 아가씨’라는 표현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밝고 희망 차고 사랑스러운 서울의 아가씨 모습을 그리면서 당시 서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담아냈고요. 1960년대의 서울 풍경을 성공적으로 그리면서 지금도 서울을 대표하는 노래 중에 한 곡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죠.

“서울의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
서울의 아가씨는 맘 좋고 슬기로워
서울의 아가씨는 명랑한 아가씨
남산에 꽃이 피면 라라라라 라라라
발걸음 가벼웁게 라라라라 라라라
그대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요
서울의 아가씨는 멋쟁이 아가씨
서울의 아가씨는 맘 좋고 슬기로워
서울의 아가씨는 명랑한 아가씨
남산에 꽃이 피면 라라라라 라라라
서울의 아가씨는 명랑한 아가씨
남산에 꽃이 피면 라라라라 라라라

하이힐 소리높이 라라라라 라라라
누구나 반갑게 웃음꽃을 피워요
서울의 아가씨는 사랑스런 아가씨
서울의 아가씨는 예쁘고 상냥해
서울의 아가씨는 깍쟁이 아가씨
거리에 불꽃 피면 라라라라 라라라 ”

‘이씨스터즈’ 선배님이 이 노래를 녹음했던 1964년에는 녹음 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에 세 명이 화음을 정확하게 맞춰서 녹음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서 각자 따로 녹음하고 나중에 기계로 목소리롤 합하고, 또 음정도 보정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녹음실에 들어가서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틀리지 않고 불러야 했는데요. 

지금 다시 ‘서울의 아가씨’를 들어보면, ‘이씨스터즈’ 선배님들의 화음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확인할 수 있고요. 그만큼 한번에 화음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열심히 연습했을지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이 노래를 작곡한 ‘박선길’ 선생님은 ‘이씨스터즈’선배님의 데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주인공인데요. 미8군 오디션에 참가한 ‘김명자’선배님을 눈여겨본 박선길 선생님은 따로 여성보컬그룹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고요. 

그 결과, ‘김명자’선배님은 언니인 ‘김천숙’선배님과 언니의 직장 동료인 ‘이정자’선배님과 함께 ‘이씨스터즈’를 결성했고요. 이후, 최초의 히트곡인 번안곡 ‘워싱턴 광장’을 박선길 선생님이 편곡했고, ‘서울의 아가씨’뿐만 아니라, ‘위를 보며 걸어요’, ‘모래 위에 적어본 이름’ 역시 박선길 선생님이 작곡한 명곡들입니다. 그리고, 박선길 선생님의 아들은 우리가 잘 아는 가수 ‘박정운’씨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노래를 듣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할 건데요. 어떤 날은 위로받고 싶어서 노래를 듣고, 또 어떤 날은 혼자만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노래를 듣고, 또 어떤 날은 행복해서 노래를 듣고, 가슴에 쌓인 무언가를 풀어놓기 위해서 노래를 들을 때도 있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듣다 보면 울적한 기분도 사라지고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씨스터즈’선배님의 노래들입니다. 남산을 경쾌하게 걸어가는 하이힐의 명랑한 아가씨, 멋쟁이 아가씨가 되어보고 싶은 이 봄날, ‘서울의 아가씨’를 감상하시면서 명랑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