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청춘의 삼색깃발 (명국환.1958)

= 노래 이야기 =

1950년, 갑작스럽게 6.25 전쟁이 일어나자,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해서 입대했고요. 그중에는 유격 부대에 자원입대한 스물세살의 ‘명국환’선배님도 있었습니다. 명국환 선배님의 고향은 황해도 연백군인데요. 1946년,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안극장이 주최한 콩쿠르대회에서 입상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어느날, 전쟁이 발발하자 가족을 따라 남하했지만, 아버지는 미처 피난을 내려오지 못했고, 그나마 함께했던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버린 채 혼자가 돼버리고 맙니다. 

결국, 홀로 남은 청년 ‘명국환’선배님은 유격부대에 입대를 선택했구요. 여러 전투에서 무공을 세웠고, 미군 극동사령부 위문공작대로 전출된 후부터는 위문병으로서 전장을 누비며 노래를 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나고, 1954년 대한민국 해병 병장으로 전역한 명국환 선배님은 '백마야 울지마라'를 발표했는데요. 1954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한겨레로서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경쾌한 리듬으로 노래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백마야 울지 마라’의 인기로 전성기를 맞이한 명국환 선배님은 서울중앙방송국 라디오의 ‘노래수첩’, ‘노래와 경음악’, ‘노래파티’ 등등 여러 가요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면서 이름을 알렸고요. 덕분에 1955년 KBS 전속가수로 선발돼서 이후 '아리조나 카우보이', '학도가', '희망가'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특히, 명국환 선배님의 목소리는 맑고 깔끔해서, 자연스럽고 힘찬 목소리로 노래한 경쾌한 노래들은 사는것이 팍팍하고 어려웠던 서민들에게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전해주었고요. 그래도 살다보면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의 노래로, 많은 사람들은 명국환 선배님의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면서 잠시나마 시름을 달랠수 있었는데요. 

어쩌면 그것은 정든 고향을 떠나 피난 내려와서 죽을 고비를 몇 번씩이나 넘기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남았던 명국환 선배님이 언제나 ‘희망’을 꿈꾸고 있었기에, 더 큰 울림을 주었고, 진정성있게 다가왔을 겁니다.

명국환 선배님의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말’인데요. ‘백마야 울지마라’라는 데뷔곡을 비롯해서 ‘아리조나 카우보이’,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에도 역동적이고 힘찬 ‘말’이 등장하면서 이국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사랑받았고요. ‘말’ 대신 ‘청노새’가 등장하면서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가 바로 ‘청춘의 삼색깃발’입니다.

” 장미꽃이 피어나는 새파란 가슴
저 하늘에 펄럭이는 청춘의 삼색 깃발
달 실은 청노새야 달려가자
별 실은 청노새야 달려가자
새 희망을 문을 여는 내 고향으로
달려가자 청노새야 내 고향으로
앵무새가 우는 벌판 새파란 정열
저 하늘에 너풀대는 청춘의 삼색 깃발
꽃 실은 청노새야 달려가자
님 실은 청노새야 달려가자
새 희망을 문을 여는 내 고향으로
달려가자 청노새야 내 고향으로 “

1958년에 발표된 ‘청춘의 삼색깃발’은 손로원 선생님이 희망의 가사를 쓰고, 나화랑 선생님이 신나는 행진곡풍의 멜로디를 작곡했는데요. 명국환 선배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노래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청춘의 삼색깃발’은 긍정적이고 건전하며 밝고 힘찬 기운을 전해주면서 사랑받았고요. 

사랑과 꿈과 희망을 청노새에 싣고 정다운 고향으로 달려가자는 건전한 가사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무슨 영문에서인지 한동안 금지곡이 돼서 노래를 부른 명국환 선배님이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며, 시름에 빠진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5년 6월 8일, ‘가요무대’에서 ‘청춘’을 주제로 한 특집방송이 있었는데요. 그때, 저는 ‘청춘 부라보’와 ‘노란 셔쓰 입은 사나이’를 불렀고, 같은 무대에서 명국환 선배님은 '거리의 악사'와 '청춘의 삼색 깃발'을 여전한 모습으로 경쾌하고 힘차게 노래해서 많은 청중들의 갈채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나 후배들을 아껴주셨고, 불우이웃들을 위한 자선공연에 앞장서셨던 명국환 선배님이었는데요. 방랑의 가수이면서 언제나 희망을 꿈꾸며 달려가는 ‘역마의 가수’였던 명국환 선배님의 미소를 그려보며, 노래따라 청노새에 사랑과 꿈을 담아 힘차게 나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