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백치 아다다 (나애심.1956)

노래 이야기 벙어리이면서 백치인 아다다는 열아홉 나이에 가난한 득구에게 시집을 가게 됩니다. '확실이'라는 이름보다는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아다다'라는 별명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녀. 결혼 후 투기로 큰 돈을 만지게 된 득구는 집에 새 여자를 들이게 되고 아다다는 친정으로 쫓겨나게 되지요. 돈은 불행의 씨앗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 아다다는 동네에서 수룡이라는 이름의 노총각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난생 처음 느끼는 행복의 시간도 잠시, 수룡은 땅 살 돈을 아다다에게 보여주고 아다다는 그 돈을 모두 바다에 던져 버리고 물에 잠겨 죽게 됩니다. 1935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계용묵 선생의 단편 소설 '백치 아다다'는 일제시대부터 만연해 있던 황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영화화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 1956년이 돼서야 이강천 감독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지요. 영화 '백치 아다다'는 가수 김혜림 씨의 모친인 나애심 선생님의 연기가 스크린에서 빛을 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국영화사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역사적인 작품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극중에서는 대사가 없는 벙어리 아다다 역할을 열연하면서 영화의 주제가인 '백치 아다다'를 통해 멋진 목소리를 들려주셨습니다.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초여름 산들바람 고운 볼에 스칠 때 검은 머리 큰 비녀에 다홍치마 어여뻐라 꽃 가마에 미소 짓는 말 못하는 아다다여 차라리 모를 것을 짧은 날의 그 행복 가슴에 못 박고서 떠나버린 님 그리워 별 아래 울며 새는 검은 눈의 아다다여 야속한 운명 아래 맑은 순정 보람 없이 비둘기의 깨어진 꿈 풀잎 뽑아 입에 물고 보금자리 쫓겨 가는 애처로운 아다다여 산 너머 바다 건너 행복 찾아 어데 갔나 말하라 바다 물결 보았는가 갈매기 떼 간 곳이 어드메뇨 대답 없는 아다다여" 영화 '백치 아다다'는 1987년 3월 임권택 감독의 연출로 다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영화 '백치 아다다'는 이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인 한지일, 이경영, 전무송 배우님들이 출연했는데 극중 아다다 역할을 연기한 신혜수 씨는 이 작품으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백치 아다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담겨 있는 메시지가 무척 강렬합니다. 소설이 처음 쓰여진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주위에 늘 만연해 있는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 행복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요? 저와 함께 영화의 주제가인 '백치 아다다'를 감상하며 그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