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어느 40대의 한 남자가 있었다.

 

둘째 아들인 그는 젊은 시절 사업이 잘되지 않아서 결국 이혼하고 혼자 노숙인처럼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사업이 잘 되었던 당시만 해도 어머니를 자신의 집에서 모시고 있었지만 여의치가 않아서 형님 내외가 모시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서 자꾸 길을 잃어버리고 이상한 행동을 해서 형님과 형수가 무척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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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형수에게 찾아뵙겠다고 전화로 말했다. 둘째 아들이 온다는 말에 어머니는 들떠서 어쩔 줄 몰랐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둘째 아들이 오지 않자 형수는 어머니 식사를 먼저 차려 드렸다. 그런데 어머니가 음식들을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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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어머니의 행동을 보고 놀라서 말렸지만, 맨손으로 뜨거운 찌개 속의 건더기들까지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누가 빼앗기라도 할까 봐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밤이 되어서야 남자가 형님의 집을 찾아 왔고, 어머니 방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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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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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의 왔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어머니는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주머니에서 온통 한데 뒤섞인 음식들을 둘째 아들에게 꺼내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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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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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은 뜨거운 찌개를 주머니에 넣느라 여기저기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남자는 명치끝이 찌르듯 아파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어머니를 끌어 안았다. 어머니는 다른 것은 다 몰라도 둘째 아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는 내 한 몸 부스러지는 것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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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희망 없이 살아가던 남자는 어머니의 그 물집 잡힌 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튼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내고 당당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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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났어도 이 남자가 힘든 날이면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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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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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도, 나이 들어서도 우리네의 삶은 너무 바쁘다. 왜 이리 바쁘게 살고 있는지... 하지만 우리네 부모님은 아무리 바빠도 자식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다. 우리네 부모님 마음은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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