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못잊어서 또 왔네 (이상열.1967)

= 노래 이야기 =

요즘 청춘들에게 물어보면 가수 '남진' 선배님은 잘 알아도 동시대 활동하고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이상열' 선배님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종로의 음악학원에서 우연히 남진 선배님을 만나면서 음악공부를 시작해 남진 선배님, 나훈아 선배님과 같은 시기에 가수로 활동했고, 남진 선배님과의 우정 못지 않게 가수 배호 선배님과 절친으로도 잘 알려진 주인공이 바로 '이상열' 선배님인데요. 

10대 시절부터 데뷔하면서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했고, 8년 연속으로 KBS와 MBC의 10대 가수에 뽑히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고요. 그 당시 서울의 집 한 채 값이 300∼500만 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한 달에 집 한 채 이상을 살 정도로 많은 돈을 벌었고, 덕분에 빚에 쪼들리던 음반회사가 부채를 다 갚았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이상열 선배님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애수 어린 음색이었는데요. TV보다 라디오가 보편적이었던 시절에 가수들은 오로지 노래와 목소리로만 승부를 겨뤘었지요. 백댄서 없고 요란한 안무가 없어도 목소리 하나만으로 사랑과 슬픔, 그리움의 여러 감정들을 온전하게 담아내고 표현하는 능력이 바로 가수의 요건이었는데요. 그래서 많은 가수 지망생들은 온종일 노래연습을 하면서 목소리를 갈고 닦았는데 이상열 선배님은 천성적으로 워낙 좋은 목소리를 타고났고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상열 선배님의 노래를 사랑했고요. 발표하는 노래마다 크게 히트할 수 있었습니다. 

정풍송 선생님의 노래 '아마도 빗물이겠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이상열 선배님은 국내 최고의 작곡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인기 가도를 달렸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히트제조기 김영광 선생님의 노래 '못잊어서 또 왔네'입니다. 김영광 선생님은 1959년 키보이스의 '정든배'를 시작으로 1963년 최양숙 선배님의 '모래 위의 발자국', 에보니스의 '영원히 사랑하리', 나훈아 선배님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 이수미 선배님의 '여고시절', 방주연 선배님의 '당신의 마음', 장계현과 템페스트의 '잊게 해주오', 김인순 선배님의 '여고 졸업반'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히트곡을 탄생시킨 주인공인데요. 제 노래 중에도 '짝사랑' '또 만났네요' '잠깐만' 외에도 여러 노래를 작곡해주셨지요. 

김영광 선생님이 작곡하고, 김중순 선생님이 노랫말을 쓴 '못잊어서 또 왔네'는 이상열 선배님의 목소리로 1967년 발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의 애창곡이 되었는데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엔 동네마다 전파상이 있어서 그 시절의 인기곡들은 전파상의 스피커를 통해서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 시절 전파상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이별 후의 그리움을 담은 이 노래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요. 특히, 담담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을 노래하는 이상열 선배님의 내공 있는 목소리는 열아홉 살에 불렀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듣고 또 들어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못 잊어서 또 왔네 미련 때문에
  못 잊어서 또 왔네 그대 보고파
  차가운 추억이나 달래 보려고
  울며 가던 내가 왔네 못 잊어 왔네
  그리운 님 찾아서 내가 또 왔네
  
  울고 떠난 내가 왔네 그리다 지쳐
  울고 떠난 내가 왔네 상처가 아파
  기나긴 세월 속에 멍든 마음을
  행여 다시 달래줄까 반겨주실까
  보고픈 님 찾아서 내가 또 왔네"


'못잊어서 또 왔네'는 1970년 '에보니스'가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요. '에보니스'는 작곡가 김영광 선생님의 많은 노래에 출중한 기타실력으로 참여했고요. 그 인연으로 이 노래 역시 '에보니스'만의 매력으로 다시 발표되었는데요. 기회가 되신다면, 트로트의 매력을 듬뿍 담아낸 이상열 선배님의 노래와 세련된 화음을 내세운 에보니스의 노래를 비교해서 감상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지나간 사랑이어도 여전히 가슴 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은 남아있고요. 잊은 줄 알았지만, 잊히지 않는 추억에 빠져들 때도 있을 거예요. 비록 세월은 흘렀어도 여전히 가슴을 적시고 있는 그 옛날의 추억이 있으시다면, '못잊어서 또 왔네'를 감상하시는 동안 보고픈 얼굴, 그리운 이름 떠올리면서 마음 촉촉해지는 감성에 젖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