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청춘 부르스 (옥두옥.1947)

= 노래 이야기 =  

우리 가요에는 정말 많은 '부르스' 노래들이 있습니다. 제목에 '부르스'가 들어간 노래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들을 몇 개만 떠올려보면, '잘 있거라 나는 간다'로 시작하는 안정애 선배님의 '대전부르스'가 있고요. '사랑이 피어나는 영동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나훈아 선배님의 '영동 부르스'도 널리 알려졌으며 황금심 선배님의 '눈물의 부르스', 배성 선배님의 '사나이 부르스', 이미자 선배님의 '황혼의 부르스'같은 노래도 인기를 모았었지요. 저 역시도 '눈물의 부르스' '영동 부르스'를 노래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우리가 흔히 '부르스'라고 부르는 음악은 원래 1890년대 미국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블루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고단한 삶과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불렀던 노동요와 영가가 그 기원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울하다' 또는 '슬프다'는 뜻의 영어단어 '블루(blue)'에서 '블루스'란 이름이 만들어졌고, 이후 '블루스'음악은 더 폭넓은 해석을 통해서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노래'가 되었지요.  

이런 '블루스'가 우리땅에 선보인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이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1937년에 '이별의 부르스', '비의 부르스'가 나왔는데, 이 노래들은 일본의 고유음계인 단조의 멜로디 라인으로 미국의 흑인 블루스 형식과는 많이 달랐는데요. 우리 가요도 두 종류의 블루스 영향을 받아서 1939년 김해송 선생님이 작사하고 이난영 선배님이 노래한 '다방의 푸른 꿈'은 비교적 흑인들의 블루 노트 형식을 갖춘 노래였고요. 1941년 전기현 선생님이 작곡한 '선창의 부르스'는 일본식 블루스풍의 효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광복 이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트롯 가요의 멜로디를 블루스적인 리듬에 얹어서 '부르스'라는 제목이 들어간 노래들이 연이어 발표되었는데요. 그 초창기 원형을 보여주는 노래가 바로 1947년 발표돼서 사랑받았던 옥두옥 선배님의 '청춘 부르스'입니다.  

 '옥두옥' 선배님은 KBS 전속 가수 1기로 송민도, 원방현, 이계운, 금사향, 이예성 선배님들과 가수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으로부터 노래를 지도받고, 박시춘 선생님이 직접 작곡한 노래 '청춘 부르스'를 발표했는데요. 

해방 후, 국내 최초의  럭키레코드 1호 유성기 음반에 현인 선배님의 '신라의 달밤'과 함께 실린 곡이 바로 옥두옥 선배님의 '청춘 부르스'였습니다. '청춘 부르스'는 부르스 특유의 끈끈한 리듬을 타고 흐르는 옥두옥 선배님의 한이 느껴지는 애수어린 목소리로 그 당시 상당한 인기를 모았고요. 나훈아 선배님도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은 1970년, 이 노래를 다시 리메이크해서 '나훈아 힛트앨범 3집'에 수록했지요.  
​ 

"아, 님이시여 아, 님이시여 
어데로 가셨나요 어데로 가셨나요 
라일락 꽃잎이 창밖에 날려도 
행여나 님이신가 카네션 꺾어들고 나가 보건만 
오늘도 밤 하늘에 오늘도 밤 하늘에 별빛만 우네

​아, 님이시여 아, 님이시여 
어데로 가셨나요 어데로 가셨나요 
물제비 날개에 봄노래 감기면 
가신님 오시는가 꽃다발 받쳐들고 나가 보건만 
봄버들 하늘하늘 봄버들 하늘하늘 날리었구려"

 
​옥두옥 선배님은 '청춘 부르스'와 '애수의 네온가'를 발표하고, 박재홍 선배님의 데뷔곡인 '눈물의 오리정'도 듀엣으로 불러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후, 재미교포 2세와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고 공식적으로 가수활동을 접게 되었지요. 가요팬들 사이에서 '옥두옥'이란 이름이 잊혀갈 무렵, 뜻밖의 소식이 미국에서 들려오는데요. 

미국에 건너간 옥두옥 선배님이 1956년과 1957년, 자신의 본명인 '김문찬'에서 따온 'Moon Kim'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영어 싱글앨범 2장을 발표한 겁니다. 이 영어 앨범에서 옥두옥 선배님은 1941년 장세정 선배님이 발표했던 '역마차'라는 노래를 'Kanda Kanda'라는 제목으로 노래했고요. 1947년 현인 선배님이 부른 '고향만리'는 'East of make believe'라는 제목의  영어버전으로 수록했는데요. 이 앨범들은 이후, 우리나라에 다시 역수입 되었고, 옥두옥 선배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1호 가수로 가요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옥두옥 선배님의 '청춘 부르스'는 1947년에 만들어진 노래지만, 가사와 멜로디가 요즘 노래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세련된 감성을 품고 있는 곡입니다. 라일락 꽃잎이 흩날리는 밤하늘과 봄 버들 하늘하늘 흔들리는 계절 속에서 사랑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 '청춘 부르스'. 봄이 오면 사랑이 다시 꽃피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상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