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연락선 (조미미.1975)

= 노래 이야기 =

예전만 해도 '이별'이라는 말이 갖고 있는 색채는 짙고 깊었습니다. 이별하고 떠나가면 쉽게 다시 만날 수도 없고, 소식도 전해 듣기 힘들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마음만 애달팠는데요. 그에 비해서 요즘에는 언제 어디서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아무리 먼 나라로 떠나도 화상통화와 이메일로 소식을 전할 수 있고, 교통수단 역시 발달해 보고 싶으면 달려가 만날 수 있으니, 이별의 막막함과 절망감이 상대적으로 옅어져버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바다가 가로막혀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배를 타고 떠나가면 이별의 슬픔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왔고요. 그래서 우리 가요 중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연락선'이었습니다. '연락선'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수로를 연결하며 오고가는 여객선을 뜻하는 말인데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 전 배들이 디젤엔진을 사용했는데 소리가 통통거린다고 해서 작은 '연락선'을 '똑딱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난영 선배님의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에도 '똑딱선'이 등장하고, 박경원 선배님의 '만리포 사랑', 손인호 선배님의 '함경도 사나이'같은 노래에도 '똑딱선'이 나오지요.

바다를 배경으로 연락선을 타고 떠나가는 이별의 안타까움을 누구보다 깊이 있게 노래한 가수는 바로 '조미미' 선배님이었습니다.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성장했던 조미미 선배님은 그 어떤 가수보다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는데요. 누구나 다 아는 명곡 '바다가 육지라면'에서도 바다를 사이에 두고 연락선을 타고 간 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고요. 데뷔곡이었던 '떠나온 목포항'을 시작으로 '서산 갯마을' '섬처녀' '서귀포를 아시나요' '해지는 섬포구' '해녀의 노래' '목포 연락선' 등 수많은 노래들을 정감 있게 부르면서 최고의 인기가수로 사랑받았지요.

조미미 선배님은 제2의 이미자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애수어린 정조를 아름다운 미성에 담아내면서 60년대 말과 70년대를 풍미한 가수였습니다.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지구 레코드를 찾아갔을 때, 본명이 '조미자'였지만, 이미 활동하고 있는 이미자 선배님과 이름이 같아서 작곡가인 김부해 선생님이 '미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요. 이후 조미미 선배님은 동아방송 콩쿨인 '가요백일장'에서 김부자 선배님, 김세레나 선배님과 함께 발탁되어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지요.

조미미 선배님은 활동하면서 그 당시 라이벌이었던 '남진' 선배님과 '나훈아' 선배님과 모두 친하게 지낸 걸로 유명한데요. 남진 선배님은 같은 목포 출신으로 친분이 깊었고요. 나훈아 선배님과는 같은 오아시스 레코드 소속으로 친하게 지내면서 나훈아 선배님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 '사랑은 장난이 아니랍니다'를 취입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1973년, 한창 인기 절정이었던 시기에 조미미 선배님은 재일동포 사업가와의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가수활동을 접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는데요. 1975년, 가요 팬들에겐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 도착합니다. 바로 조미미 선배님이 침묵을 깨고 오랜만에 다시 새 노래로 가요계에 복귀한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모두가 환영하고 기대했던 선배님의 컴백곡이 바로 요즘 후배들도 무대에서 자주 부르는 명곡 '연락선' 입니다.


"음 - 떠나가네 내 님 실은 연락선이
해풍에 날리는 옷고름을 손에 쥐고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붙잡아도 매달려도 보았는데
떠나가네 연락선은 물거품만 남기고

음 - 떠나가네 내 님 실은 연락선이
해풍에 날리는 옷고름을 손에 쥐고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붙잡아도 매달려도 보았는데
떠나가네 연락선은 물거품만 남기고"


'연락선'의 작사가와 작곡가는 '최홍기'로 표기돼 있는데요. '최홍기'는 바로 나훈아 선배님의 본명입니다. 웬만해서는 자신의 곡을 잘 주지 않는 나훈아 선배님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컴백하는 조미미 선배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기꺼이 건네주었고요. 그 결과, '연락선'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조미미 선배님은 1971년과 1972년 '먼데서 오신 손님'과 '단골 손님'으로 2년 연속 MBC 10대 가수로 뽑힌 데 이어, 1976년에도 10대 가수에 뽑히며 화려하게 컴백했지요.

조미미 선배님은 어떤 노래든 과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노래하면서도 노래가 갖고 있는 본연의 정서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표현한 가수였는데요. 그래서 듣고 또 들어도,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조미미 선배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풋풋한 섬 아가씨의 순정과 이별 앞에서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과 가만히 뒤돌아서서 눈시울을 닦아내는 눈물어린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연락선' 역시 이별의 광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곡인데요. 이별 앞에서 안타깝게 눈물지었던 그 옛날의 순정을 추억하면서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