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어부의 노래 (박양숙.1980)

= 노래 이야기 =

언제나 어머니의 손맛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우리 음식은 아마도 '된장'일 거예요. 요즘에는 된장을 사 먹는 집들이 많지만, 예전엔 집집마다 어머니들이 직접 된장을 담갔고요. 추운 날씨에 부지런히 콩을 삶고 절구에 찧어서 메주를 뜨고 된장을 담그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영원한 추억으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지요. 

그래서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된장찌개, 된장국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립고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과 항상 겹치고요.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는 고향의 맛이 되었는데요. 

우리 가요 중에 '된장'이 들어간 노래가 몇 되지 않지만, 그중에 '어머니의 된장국'이라는 가사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지는 노래가 바로 '박양숙' 선배님의 '어부의 노래'입니다.

박양숙 선배님이 1980년도에 발표한 '어부의 노래'를 가리켜서 우리나라의 '클레멘타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의 민요인 '클레멘타인'이 고기 잡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그렸듯이 '어부의 노래' 역시 고기 잡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과 고향의 정다운 풍경이 수채화처럼 아련하게 펼쳐지는데요. 

박양숙 선배님의 차분한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그리운 바닷가 고향마을로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어지고요.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국의 맛이 혀끝에서 맴도는 느낌이 듭니다.

'어부의 노래'는 박양숙 선배님의 노래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곡이 따로 있습니다. 1966년 영화 '청춘대학'의 주제가였던 '황혼빛 오막살이'가 원곡인데요. 이 노래는 가수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남석훈' 선배님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직접 불렀습니다. 

'청춘대학'이란 영화가 보컬 경연 대회에 출전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많은 노래들이 등장했고요. 그중 한 곡이 바로 '황혼빛 오막살이'였습니다. 

'황혼빛 오막살이'는 '아리랑 싱어즈'와 '코리아나'의 원조 멤버였던 홍신윤 선배님이 영화음악을 맡으면서 만든 곡인데요. 이 영화엔 트위스트 김, 유주용, 쟈니리 선배님도 출연하면서 10곡이나 되는 주제가들이 등장했고요. 다른 노래들은 잊혔지만, '황혼빛 오막살이'는 1980년 박양숙 선배님이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큰 사랑을 받게 되었지요. 

'어부의 노래'가 발표될 당시, 북한에서 월남했던 작곡가 이형탁 님이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며 만든 곡이라고 알려지면서 '이형탁 작사 작곡'으로 표기가 됐는데요. 멜로디는 그대로고 가사의 일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홍신윤 작사, 작곡' '이형탁 개사'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푸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떼 넘나들던 곳 
  내 고향집 오막살이가 황혼빛에 물들어간다 

​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위에 올려 놓고 
  고기 잡는 아버지를 밤 새워 기다리신다 

​  그리워라 그리워라 푸른 물결 춤추는 그 곳 
  아아아아 저 멀리서 어머님이 나를 부른다 

​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위에 올려 놓고 
  고기 잡는 아버지를 밤 새워 기다리신다 

  그리워라 그리워라 푸른 물결 춤추는 그 곳 
  아아아아 저 멀리서 어머님이 나를 부른다"


어머님과 고향,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게 그려지는 '어부의 노래'는 한때 방송금지곡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사형수들이 애창했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80년대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학생들이 이 노래를 애창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면서 그저 평온한 삶을 바라는 노래인데도, 그 당시 군부세력들이 이 노래를 금지시켰다는 것이 아이러니한데요. 따뜻한 된장국 하나 밥상에 올려놓고 온 가족이 함께하는 소박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노래가 바로 '어부의 노래'입니다. 

박양숙 선배님은 '어부의 노래' 외에도 '영상', '사과꽃 향기', '그림자', '지난날 이야기' 등을 불렀지만, '어부의 노래'가 가장 많이 알려졌고요. 이 곡은 최양숙, 박인희, 그리고 임수정 선배님 등등 여러 가수들이 다시 리메이크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 '어부의 노래'와 함께 그리운 어머님의 된장국과 소박한 밥상 그리고 바닷가 고향의 평화로운 풍경과 조우하면서 마음은 포근한 추억으로 가득 채우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