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귀국선 (이인권.1949)

= 노래 이야기 =

우리 가요사의 불멸의 작사가로 주옥같은 가사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인생살이의 애환을 전해준 작사가 손로원 선생님은 무려 3천곡이 넘는 가사를 남겼고, 노래마다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있는데요.  

1930년대 연희전문 문과를 졸업하고 시인과 작사가, 그리고 화가로 활동할 만큼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난 손로원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의 치욕스러운 시대상황에 저항하기 위해서 절필을 선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초상화가로 활동하면서 전국 각지를 떠돌며 방랑생활을 하는데요. 이런 아들을 손꼽아 기다린 분이 바로 손로원 선생님의 어머니였습니다. 

언젠가 아들의 방랑이 끝나고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 해요. 우리 아들이 돌아와서 마음을 잡고 장가가는 날, 내가 시집올 때 입고 온 연분홍 저고리와 치마를 다시 입을 거라고.  하지만, 끝내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고요. 객지에서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손로원 선생님은 어머님의 묘소에서 회한의 눈물을 쏟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사가 바로 불멸의 명곡인 ’봄날은 간다‘입니다. 

이외에도 손로원 선생님이 작사한 노래는 ’비 내리는 호남선‘, ’경상도 아가씨‘, ’마음의 자유천지‘, ’샌프란시스코‘, ’에레나가 된 순이‘ 등등 수많은 인생의 희로애락과 시대상이 녹아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귀국선‘입니다. 

1945년 8월15일 정오, 일본 124대 왕 히로히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우리 민족은 일제강점기 34년 351일 만에 광복의 빛을 되찾았습니다. 드디어 내 땅을 내 땅이라고 부르고 내 이름을 우리말로 쓰고 부를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이때부터 시모노세키, 상하이, 다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해야만 했던 수많은 동포들이 꿈에 그리던 고국땅을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상해나 만주로 망명을 떠났던 사람부터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갔던 사람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로 차출되어 갔던 사람들이 해방의 기쁨과 부푼 꿈을 안고 부산항 1부두에 속속 도착했고요. 해방이 되자마자 절필을 거두고 다시 가사를 쓰기 시작한 손로원 선생님은 ‘귀국선’에서 내리는 300만 동포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감격적인 광경을  가사로 썼고요. ‘손회몽’이라는 예명으로 발표한 가사에 이재호 선생님이 곡을 붙인 노래가 바로 ’귀국선‘입니다. 


‘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
  얼마나 그렸던가 무궁화 꽃을
  얼마나 외쳤던가 태극깃발을
  갈매기야 웃어라 파도야 춤춰라
  귀국선 뱃머리에 희망은 크다

​  돌아오네 돌아오네 부모형제 찾아서
  몇 번을 울었던가 타국살이에
  몇 번을 불렀던가 고향노래를
  칠성별아 빛나라 달빛도 흘러라
  귀국선 고동소리 건설은 크다

​  돌아오네 돌아오네 백의동포 찾아서
  얼마나 싸웠던가 우리 해방을
  얼마나 찾았던가 우리 독립을
  흰구름아 날어라 바람은 불어라
  귀국선 파도위에 새날은 크다 “


1절은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오는 동포들의 감격을, 2절은 들뜬 마음을, 3절은 새날의 희망을 그린 ’귀국선‘은 애초에 ’이인권‘ 선배님이 취입하기로 결정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가지 사정으로 1947년 신세영 선배님이 먼저 취입했는데요, 아쉽게도 신세영 선배님의 노래는 기대 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고, 다시 1949년에 이인권 선배님이 재취입을 하면서 비로소 널리 알려집니다. 그리고, ’귀국선‘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전해주며, 광복가요의 대표곡으로 지금도 사랑받고 있죠.

내일로 우리는 벌써 광복 79주년을 맞지만, 아직도 과거의 역사가 던지는 질문과 진실에 대해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와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 다시 되찾은 우리나라인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싸웠는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