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은 왜 탄핵에 ‘베팅’하기로 했을까

•하야 땐 ‘민간인’... 현직 유지 ‘
'수사·탄핵재판’ 대응
•尹, ‘계엄 이유’ 직접 소명할 듯
‘민주당 폭거’ 강조... 보수층에 호소 전략
•“재판관 1명만 반대해도 기각” 노려
•박근혜, 헌재 출석無... 보수 우파 ‘정규재TV’ 선택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보다는 탄핵 소추에 정면 대응하는 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든 탄핵이든 수사당국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 과정을 통해 얻게 될 ‘소명 기회’에 보다 방점을 둔다는 취지다.

공개된 재판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왜 극단적 선택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국민들에게 직접 밝히고 호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계엄 선포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KTV 캡처) /뉴스1

11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 재판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인단 구성에 들어갔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사법연수원 15기)을 중심으로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 ‘탄핵 경험’이 있는 법조계 인사들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동기인 석동현 변호사(15기)도 거론됐다.

석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탄핵 소추가 되고 헌법재판소 법정이 개정될 때 정치적 꼼수가 아닌 진정한 정의감과 상식을 갖춘 변호인들이 다 나서 대통령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다만 “(변호인단)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상태다.

윤 대통령은 ▲2선 후퇴 상태 유지 ▲하야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라는 선택지 중에서 탄핵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하면서 일찌감치 탄핵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측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몇몇 법조계 인사들에게 컨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경우,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와 형사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하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면서, 검·경·공수처 등 수사당국과 국회의 상설특검 등에 대응하는 동시에 ‘탄핵 재판’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특검이 먼저 임명됐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빠른 수사 속도를 감안하면 다음 주 초 윤 대통령이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탄핵에 대비해 헌재를 설득할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오는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헌재는 180일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은 불과 3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심리 기간 동안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으로 활동했던 보수 인사의 유튜브 채널(정규재TV)에 출연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탄핵소추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반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건이 ‘헌법재판소 심리’에 올라타면,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헌재 재판 때마다 꼬박꼬박 출석해 자신이 왜 계엄이라는 것을 선택했는지 설명하면서 ‘민주당의 폭거’를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대구·경북(TK)를 중심으로 보수층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지만, 생중계 되는 탄핵 재판 과정을 통해 ‘계엄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면서, 최대한 기각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실제 대통령 탄핵 소추는 헌재 재판관 6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통과된다. 즉 1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된다.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3명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가결되더라도 적기에 헌재의 결론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론적으로는 헌법재판관 6명만으로 심리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지만, 사후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왜 했는지 설명했던 시간은 채 몇 분에 불과하다. 지난 3일 밤, 계엄 선포 담화문과 7일 아침 사과문에 몇 마디 녹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재판에 출석하게 되면 탄핵을 소추한 민주당 쪽의 질의는 물론 헌법재판소의 질문에 윤 대통령측 변호인이 발언권을 얻게 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도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 놓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계엄은 과한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측 입장에서 재판을 통해 ‘반(反) 이재명 여론’은 물론 헌법재판소 파행 운영과 관련해 민주당을 공격할 여지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재는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해 재판관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금은 ‘6인 체제’가 돼 있다. 지난 10월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는데,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들 3명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미뤄왔고 그 이후 ‘계엄 사태’가 터졌다.

출처: 이미호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