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마음은 서러워도 (박일남.1968)

= 노래 이야기 =

우리 가요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이고요. 그 외에도 예로부터 지금까지 노랫말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로는 ’후회‘와 ’미련‘이 있는데요. ’후회‘와 ’미련‘은 서로 아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묘한 차이가 있답니다. 일단 ’후회‘와 ’미련‘의 공통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과거를 돌이켜본다는 거구요. 

’후회‘와 ’미련‘이 다른 점을 살펴보면, ’후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기도 해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상태’지만, ‘미련’은 ‘과거에 남아 머물러 있기 때문에 마음을 가다듬을 의지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도 없이 모든 것을 멈추고 가슴 아파할 뿐’인 거죠.

특히, 지나친 미련은 우리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한 미련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필요한데요. 특히,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미련에 내내 상처받고 눈물짓는 것보다는 지금 비록 마음이 힘들어도 미련을 버리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고요.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미련을 버리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각자의 길을 떠나자는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사랑 받는 곡이 바로 ‘유민’ 선배님의 ‘마음은 서러워도’입니다.

1968년 남국인 선생님이 작곡하고, 직접 가사를 써서 ‘고향’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이 노래는 끝나버린 사랑의 미련에 울지 말고 비록 마음은 서러워도 웃으며 헤어지자는 이별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유민 선배님은 1968년 옴니버스 음반에 ‘마음은 서러워도’와 ‘나의 님’ 등 4곡을 실으면서 데뷔했지만, 신인가수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면서 별 반응이 없었구요. 

가수 박일남 선배님과 잠시 듀엣으로 활동하면서 ‘마음은 서러워도’를 노래했지만, 두 사람의 듀엣활동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각자 솔로 활동을 하면서 1974년에 ‘박일남’선배님이 리메이크한 곡이 바로 ‘마음은 서러워도’이고요. 이 곡은 박일남 선배님의 푸근한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미련에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거라
어차피 맺지 못할 너와 나의 사랑을 
누구에게 원망하리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마음은 서러워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따로 있구나

괴로워도 슬퍼도 웃으면서 가거라
애당초 잘못 맺은 너와 나의 사랑을 
누구에게 원망하리
너무나 짧은 행복 헤어지는 이 순간
마음은 서러워도 
울지를 말고 웃으며 돌아서자. 
서로의 행복을 위해 ”

지금 소개해드린 가사가 1968년에 발표한 유민 선배님의 원곡인데요. 1974년 박일남 선배님이 발표할 때엔 1절 가사는 동일하고 2절 가사를 남국인 선생님이 새로 썼는데, 바뀐 2절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미련에 울지말고 웃으면서 가다오
어차피 너와 나는 헤어져야 하니까 
웃으면서 떠나가다오
너무나 짧은 행복 끝나버린 이 순간
마음은 괴로워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 길이 따로 있구나 ”

노래 가사는 이별의 회한이 가득하지만, 미련을 버리고 단념하며 돌아서겠다는 의지가 굳은데요. 역설적으로 박일남 선배님의 부드러운 저음으로 애틋한 느낌이 더해지면서 ‘마음은 서러워도’는 큰 사랑을 받았구요. 노래가 성공하자, 조미미, 송대관, 문주란, 이미자, 오기택, 나훈아 선배님 등등 정말 많은 가수들이 자신만이 매력을 담아 취입한 곡이 바로 ‘마음은 서러워도’입니다.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미련이 자꾸만 옷자락을 붙잡곤 하죠. 비록 아쉽고 서럽고 안타까울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미련은 웃으며 떠나보내는 것도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배우는 또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