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별들에게 물어봐 (이씨스터즈.1966)

= 노래 이야기 =

며칠 전,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블랙핑크’의 ‘리사’가 축하 공연을 펼치면서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K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요즘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K팝의 중심에는 개성 만점의 보이 그룹, 걸 그룹들의 활약이 있고요. 이런 인기 그룹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보컬 그룹의 전성시대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0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김시스터즈’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여성 그룹들이 등장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그룹이 바로 1965년에 등장한 ‘이씨스터즈’였습니다. 충북 영동 출신의 친자매였던 김천숙, 김명자 선배님은 학창시절부터 각종 노래 콩쿨 대회를 휩쓸 만큼 노래실력이 뛰어났고요. 

동생인 '김명자' 선배님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8군 오디션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당시 철도청에 근무하던 언니 '김천숙' 선배님과 함께 철도청에 근무했던 직장 동료 '이정자' 선배님이 합세해서 팀을 결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 삼인조 보컬그룹인 ‘이씨스터즈’는 ‘워싱턴 광장’, '서울의 아가씨', '남성금지구역', '날씬한 아가씨끼리', '목석같은 사나이', '여군 미스리', '울릉도 트위스트'처럼 젊은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쾌한 노래들을 발표했고요. 밝고 희망적인 ‘이씨스터즈’의 노래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노래가 되었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하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존에는 극장 쇼와 유랑극단의 지방 순회공연을 통해서 노래를 알렸던 것과 다르게 이 시기에는 라디오와 TV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서 훨씬 더 빠르고 쉽게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라디오를 켜면 언제나 밝고 명랑한 노래로 우리들의 일상을 힘차게 만들어준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이씨스터즈’였고요. ‘이씨스터즈’의 성공은 그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은방울 자매’, 곧이어 나온 ‘펄시스터즈’와 ‘바니걸즈’, 그리고 남성 그룹인 ‘봉봉 사중창단’과 ‘블루벨즈’의 활약과 함께 ‘그룹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사랑 받았던 ‘이씨스터즈’ 선배님들의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노래를 불렀다는 건데요. 듣다보면 따라 불러보고 싶어지고, 함께 부르다보면 힘든 일상을 잊고, 현실의 피로를 달래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고요. 그렇게 톡톡 튀는 탄산수같은 매력이 역시 잘 드러나는 노래가 바로 ‘별들에게 물어봐’입니다. 


“별들에게 물어봐 별들에게 물어봐
 사랑하는 까닭에 울어버린 내 마음을
 별들은 알고 있어 별들은 알고 있어
 사모하는 까닭에 불타버린 내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밉고도 고운 당신 때문에
 별들에게 원했어 별들에게 원했어
 나의 힘이 돼 주기를 별들에게 원했답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체 밉고도 고운 당신 때문에
 별들에게 원했어 별들에게 원했어
 나의 힘이 돼 주기를 별들에게 원했답니다
 별들에게 물어봐 별들은 알고 있어 별들에게 원했어 ”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제목은 한때 개그맨 이경규씨의 코미디 방송으로 인기 높았고, 최근에는 ​드라마의 제목으로 다시 등장했는데요. 이 노래는 1966년 길옥윤 선생님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모른 체하는 그 사람이 얄밉기도 하지만, 별들에게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사랑스러운 노래입니다. 

특히, 새침하면서도 당돌하게 노래하는 ‘이씨스터즈’ 선배님들의 생기발랄한 목소리와 화음이 정말 멋지고요. 그 결과, 크게 히트한 이 노래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길옥윤 선생님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패티김 선배님과 혜은이 선배님 모두 다시 리메이크해서 발표했는데요. 그만큼 길옥윤 선생님이 특별히 애정을 담아 만든 노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요사를 살펴보면, 사는 것이 팍팍하고 힘들 때일수록 건전하고 밝고 긍정적인 노래가 등장하고, 마치 진흙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사랑받았는데요. 그렇게 우리들은 어려운 세상을 돌파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노래에서 발견하고, 노래 속에서 위로 받으며 여러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왔습니다.

역시나 모두가 힘들고 빈곤했던 시절에도 밝고 희망찬 노래로 사랑 받았던 ‘이씨스터즈’ 선배님들의 노를 다시 불러보면서 새 봄, 새로운 기운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꿈꿔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