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의 인연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 옷깃만 스쳐도 300생의 인연, 같은 좌석에 앉아 대화를 하면 500생의 인연, 같은 솥의 밥을 먹으면 700생의 인연, 같을 피를 나누면 900생의 인연, 부부로 만나면 8000겁의 인연이랍니다. 1겁이란, 백년마다 한 번씩 선녀가 내려와 둘레 40리나 되는 바위 위에서 춤을 추는데 선녀의 얇은 옷에 스쳐서 바위가 다 닳아 없어져도 1겁이 안 된다고 합니다. 어떤 인연이든 소중하게 여기고 보듬어야 할 이유입니다. 저의 글을 봐 주시는 여러분은 저에게 천생의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