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우주공간의 X자는 블랙홀의 부메랑

블랙홀서 분출한 제트가 x자 형태 이뤄
우주로 나갔다 역류하면서 굴절된 모양
남아공 전파망원경으로 구조 첫 확인

(사진1)지구에서 8억 광년 떨어진 PKS 2014-55 은하 중심에서 관측되는 X자 형태./NRAO

조물주도 이해되지 않았던 것일까. 전파망원경이 우주 공간에서 선명한 ‘x’자 표시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블랙홀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해결해줄 답을 찾았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의 윌리엄 코튼 박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월간 왕립천문학회보’ 최신호에 “지구로부터 8억 광년(光年,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은하 PKS 2014-55의 블랙홀에서 분출된 입자들이 역류하면서 독특한 X 형태를 이루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랙홀의 주변에 나타난 미스터리 X자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강력한 자기장이 생기고 이로 인해 거꾸로 블랙홀의 수직 방향으로 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제트(jet) 현상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전파망원경으로 블랙홀의 제트를 관측했다. 전파는 가시광선보다 훨씬 파장이 길어 먼 우주를 지나 지구까지 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트는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서 수직으로 분출돼 직선 형태를 이룬다. 그런데 PKS 2014-55 은하처럼 10% 미만의 제트는 특이하게 X자 모양으로 관측된다. 이 은하의 X자를 이루는 선 하나는 250만년 광년 길이로 우리 은하의 100배 크기다.

연구진은 남아프리카전파천문대(SARAO)의 미어캣(MeerKAT) 전파망원경으로 남쪽 하늘 망원경자리에 있는 이 은하를 관측했다. 미어캣은 사막에 전파망원경 64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각각 관측한 영상을 결합하면 지름 8㎞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것과 같은 사상 최고 해상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코튼 박사는 “이번 관측 결과 PKS 2014-55의 중심은 X자 형태가 아니라 두 개의 부메랑이 붙어 있는 모양으로 확인됐다”며 “블랙홀에서 분출된 제트가 왔던 곳으로 역류하다가 굴절되면서 이 같은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역류한 제트가 굴절하면서 부메랑 모양 이뤄

부메랑 두 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에서 제트가 아래위 방향으로 분출된다. 은하 사이 공간은 희박하지만, 고온의 가스로 채워져 있다. 제트가 이 가스와 만나면 속도가 늦춰지다가 정지한다. 결국 제트를 이루는 입자는 수만 년이 뒤 다시 왔던 방향으로 떨어진다. 라스베이거스의 분수 쇼에서 공중으로 뿜어진 물줄기가 아래로 다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역류한 제트는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들과 충돌하면서 더는 전진하지 못하고 굴절된다. 시냇물이 바위를 만나 굽이쳐 흐르는 것과 같다.

(사진2)PKS 2014-55 은하 중심의 X자 구조. 오른쪽 아래와 왼쪽 위에서 각각 중심으로 역류한 제트가 화살표 방향으로 굴절되면서 두 개의 부메랑 형태가 된다. 은하 중심(네모)의 블랙홀에서는 새로 분출되는 제트가 밝은 점으로 보인다./NRAO

전파망원경 영상을 보면 남서쪽에서 역류한 제트는 블랙홀 주변에서 서쪽으로 꺾이고, 북동쪽에서 온 제트는 동쪽으로 꺾이면서 좌우에서 부메랑 형태가 된다. 이 둘이 합쳐 X자로 보이는 것이다. 영상의 한가운데 밝은 점은 블랙홀에서 새로 분출되는 제트이다.

그동안 블랙홀 주변에서 관측되는 X자 형태의 전파 영상을 두고 다양한 이론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잔디밭의 스프링클러가 흔들리면서 사방으로 물을 뿌리듯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 요동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블랙홀의 회전 방향이 바뀐다는 것이다. 또 두 개의 블랙홀이 각각 분출한 제트가 합쳐져 X자 형태로 보인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번 관측 결과는 제트의 역류가 원인임을 확인했다.

코튼 박사는 “과거에는 이번 같은 고해상도의 영상이 없어 답을 얻지 못했다”면서 “미어캣 전파망원경은 오래된 퍼즐을 마치 새로 발견하듯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신세대 장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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