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연안 부두 (김트리오.1979)

= 노래 이야기 =

트로트의 역사는 100년이 넘을 정도로 유구한데요. 무성영화에 삽입되면서 최초의 대중가요로 기록된 이정숙 선배님의 '낙화유수' 이후, 1930년대부터 수많은 트로트 스타들이 탄생했고 노래를 통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사랑받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남인수, 이난영, 고복수, 백년설, 박재홍, 김정구, 그리고 현인 선배님이 있었고, 이후 이미자, 그리고 남진과 나훈아 선배님이 1960년대 트로트의 보석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요.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트로트 단일 장르가 아니라, 락과 포크음악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국내 음악의 주류도 트로트에서 락과 포크음악으로 서서히 변모해가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엔 정말 다양한 락 그룹과 포크가수들이 등장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고요. 상대적으로 트로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1975년 가요계에 크나큰 폭풍이 불어닥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대마초 파동과 가요 규제 조치였습니다. 

정권의 탄압 속에서 시행된 규제 조치는 여러 꼬투리를 잡아서 포크음악과 락 음악에 족쇄를 채웠고, 가수들은 방송 출연 금지 조치를 받게 되었는데요. 그러자 락 그룹 출신의 가수들은 음악을 이어가기 위해서 솔로로 독립해서 새로운 감각으로 트로트를 노래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생겨난 장르가 바로 '트로트 고고'입니다. 

트로트에 락과 고고 리듬이 가미되었다고 해서 '트로트 고고'라고 불렀던 이 시기의 대표적인 노래들은 조용필 선배님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최헌 선배님의 '오동잎', 김훈 선배님의 '나를 두고 아리랑', 조경수 선배님의 '돌려줄 수 없나요', 최병걸 선배님의 '진정 난 몰랐네', 윤수일 선배님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함중아 선배님의 '내게도 사랑이'같은 노래들이 대표적인데요. 

이렇게 트로트 고고가 각광받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허공',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수은등', '멍에'가 속속 히트하면서 트로트의 인기가 다시금 하늘을 찔렀고요. 1980년대 후반부터 현철,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등 여러 트로트 가수들이 사랑받으면서 또다시 트로트 전성시대를 이어나갔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 각광받았던 '트로트 고고'는 대중성이 아주 강했는데요. '트로트 고고'의 인기 중심에는 작곡가 '안치행'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영사운드의 리더였던 안치행 선생님은 '트로트 고고'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최고의 인기 작곡가로 급부상했는데요. 

초창기에 최헌 선배님과 콤비를 이루면서 '세월', '오동잎', '앵두', '구름 나그네'를 작곡했고요. 이외에도 '사랑만은 않겠어요', '연안 부두'같은 트로트 고고 음악을 작곡해서 히트시켰고, 그중에서 '연안 부두'는 인천의 부두로 인천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의 응원가로 지금도 불리는 히트곡입니다. 

1979년 7월 7일에 발표된 '연안 부두'는 조운파 선생님이 작사하고, 안치행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로 이 곡을 부른 가수는 재미교포 출신의 3남매로 구성된 '김트리오'입니다. 

인천항 연안 부두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노래 '연안부두'는 안타깝고 애절한 이별을 구슬프게 노래한 곡으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많은 인기를 모았고요. 그리고 그 결과, 발매한 지 3개월 만에 무려 5만 장이나 판매되었고, 김트리오를 1980년 TBC 방송 가요대상 중창 부문 후보까지 올려놓았지요. 그리고 처음 발표된 1979년 이후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으로 사랑받는 곡이 바로 '연안 부두'입니다.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 부두 떠나는 배야

​ 바람이 불면 파도가 울고 
 배 떠나면 나도 운단다
 안개 속에 가물가물 
 정든 사람 손을 흔드네
 저무는 연안 부두 외로운 불빛
 홀로 선 이 마음을 달래주는데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 부두 떠나는 배야"


'김트리오'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노래했던 가수 '이해연' 선배님과 미 8군 쇼단 전성기에 유명했던 트럼펫 연주자 '베니 김' 선배님 사이에서 태어난 3남매입니다. 김파(기타), 김단(드럼), 김선(건반) 이렇게 오빠 2명과 막내 여동생으로 이루어진 3남매 그룹 '김트리오'는 부모님의 재능과 끼를 물려받아서 작사와 작곡, 노래와 연주에 능통했는데요. 

미국 클럽에서 활동하다가 70년대 후반에 앞선 감각의 음악을 들고 고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했고요. 이때, 아버지인 '베니 김' 선배님과 미 8군 시절 친분이 있었던 안치행 선생님의 기획사 '안타 기획'과 계약을 맺었고, 불후의 명곡인 '연안 부두'를 노래하게 되었지요. 

트로트와 록, 그리고 펑크가 결합된 타이틀 곡 '연안 부두' 외에도 '김트리오'의 데뷔 앨범에는 기본기가 탄탄한 멤버들의 화려한 연주와 자작곡들이 수록돼 있는데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을 했던 '김트리오'는 아쉽게도 두 장의 앨범만 발매하고 2년의 짧은 활동을 마무리한 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많은 가요 팬들을 아쉽게 만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질 때가 있지만, 신기하게도 좋아했던 노래의 가사는 수십 년이 지나도 더 또렷해질 때가 있지요. 특히, 시대를 넘나들면서 세대 구분 없이 사랑받는 노래도 있는데요. 그렇게 긴 생명력으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지금도 함께 부르며 사랑하는 우리들의 애창곡 '연안 부두', 지금부터 다 함께 불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