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나룻배 처녀 (최숙자.1963)

= 노래 이야기 =

'낙동강' 하면, 가장 먼저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노래는 아마도 '처녀 뱃사공'일 겁니다. 이 노래를 작사한 윤부길 선생님은 가수 윤항기, 윤복희 선배님의 부친인데요. 1953년 유랑극단의 단장이었던 윤부길 선생님이 6.25 피난시절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공연을 하다가 대산면 악양에 머물렀을 때, 이곳 나루터에서 자매 두 명이 나룻배를 젓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자매가 함께 노를 젓는 연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뱃사공이었던 오빠가 군에 입대한 뒤로 소식이 끊어져 버렸고, 오빠를 기다리며 나룻배의 노를 젓는다는 사연을 듣게 된 윤부길 선생님은 그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이 움직여서 가사를 썼고요. 

그 노랫말에 한복남 선생님이 곡을 붙여서 탄생한 노래가 '처녀 뱃사공'이고, 1953년 황정자 선배님이 발표한 이 노래는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지요. 

이렇게 실제 사연을 소재로 만들어진 '처녀 뱃사공'처럼 역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윤부길 선생님의 노랫말이 또 있는데요. 바로 '처녀 뱃사공'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룻배 처녀'입니다. 

1956년에 윤부길 선생님은 낙동강에서 나룻배를 젓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고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가씨의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 사연이 애틋했습니다. 서울로 떠나버린 연인이 그 후로 연락을 끊어버렸고, 하염없이 노를 저으며 그 남자를 기다리다 보니 세월만 흘러갔다는 사연에 윤부길 선생님은 그녀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적게 됩니다. 

그리고 이 노랫말에 잘 어울리는 작곡가를 만나서 노래를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윤부길 선생님은 경기도 인천의 객지에서 갑작스러운 병으로 소천하셨고요. 이 가사는 곡을 찾지 못한 채 윤부길 선생님의 자택에 남겨져버렸는데요. 

그렇게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가 싶었지만, 어느 날 한복남 선생님의 장남인 작곡가 하기송 선생님이 우연히도 묻혀 있던 이 노랫말을 발견하게 되었고요. 가사에 직접 곡을 써서  발표한 노래가 바로 '나룻배 처녀'입니다.

'처녀 뱃사공'이 발표된 지 꼭 10년 만에 다시 발표한 '나룻배 처녀'는 '처녀 뱃사공'의 후속작이라는 평을 들으면서 당대 최고 인기가수였던 최숙자 선배님의 목소리로 완성되었는데요. 서울 간 도련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애틋한 사연이지만, 하기송 선생님이 그 당시 유행하던 차차차 리듬을 얹으면서 세상만사 그리움마저 낙동강 강물에 흘려보내는 처녀 뱃사공의 초연함을 보여주는 노래가 바로 '나룻배 처녀'입니다. 


"낙동강 푸른 물에 노젓는 처녀 사공
 자나깨나 흘러 흘러 세월만 가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데헤야
 서울 간 도련님이 서울 간 도련님이
 보고 싶구나

 낙동강 물결따라 흘러간 처녀 사공
 세월에만 정을 주니 청춘만 가네
 에헤야 데헤야
 에헤야 데헤야
 한번 간 도련님은 한번 간 도련님은
 소식도 없네"


최숙자 선배님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황금기를 보내면서 감성 풍부한 트로트 창법과 신민요풍의 음색으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최숙자 선배님의 노래는 그 시절 이미자 선배님과 함께 우리 트롯의 정통성을 이룩했고요. 그 계보가 지금까지 이어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간드러지면서도 구성진 노래로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최숙자 선배님의 목소리와 음색이 비슷하다는 평을 들었던 가수가 조미미 선배님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중음에서는 맑고 시원한 소리가 나면서 고음에서는 살짝 비음이 있는 소리가 매력적인 최숙자 선배님의 노래를 조미미 선배님도 많이 불러서 재취입하기도 했습니다. 

'나룻배 처녀' 역시 조미미 선배님이 재취입한 적이 있는데요. 기회가 되실 때, 최숙자 선배님과 조미미 선배님의 노래를 비교해서 감상해 보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실 거예요.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애타는 그리움마저도 낙동강 물에 흘려보내며 씩씩하게 노를 저어나가는 나룻배 처녀처럼 아쉬움도, 미련도, 후회도, 속상한 기억들도, 세월의 강물에 유유히 흘려보내면서 연말을 맞이하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