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균열 없애는 신종 아스팔트

英서 클라우드·AI 활용해 개발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도로가 푹 꺼지면서 차량이 지표 아래로 내려앉았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 북쪽 소도시 야시오(八潮)에서 지난달 28일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당시 도로가 푹 꺼지면서 생긴 구멍이 처음에는 폭 5m에 깊이 10m 정도였는데 지금은 폭 40m에 깊이 15m로 커졌다. 트럭을 몰던 70대 운전자가 싱크홀 사고 당시 추락했는데 2주째 구조되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8월 서울과 9월 부산에서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이 땅속으로 빠졌다. 이처럼 지표면이 내려앉는 싱크홀과 포트홀(도로에 소규모로 움푹 파인 곳)은 도로 파손을 가속화해 피해 규모를 키우곤 한다.

도로 파손, 붕괴를 ‘자가 복원’ 방식으로 막으려는 기술이 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개발한 자가 복원 아스팔트용 마이크로캡슐. 아스팔트에 균열이 생기면 캡슐 안의 복원 물질이 방출돼 틈을 메운다. /킹스칼리지런던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스완지대 공동 연구진은 내부 균열을 자체적으로 메울 수 있는 아스팔트를 개발 중이라고 최근 밝혔다. 상처를 자가 치유하는 것처럼 도로의 갈라진 틈을 저절로 채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아스팔트는 역청이 산화되면서 탄성이 감소해 균열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균열을 복원하기 위해 다공성(多孔性) 물질로 지름 1㎜ 안팎의 마이크로캡슐을 만들었다. 이를 혼합해 만든 아스팔트는 균열이 생겼을 때 마이크로캡슐이 터지면서 안에 있는 복원 물질이 방출된다. 이를 통해 갈라진 틈을 저절로 메우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구글 클라우드(가상 서버)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스팔트 균열에 작용하는 물질을 분석했다. AI로 가상 분자를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거듭해 자가 복원 아스팔트 개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아스팔트의 미세 균열이 저절로 복원되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에 개발된 아스팔트는 아직 실험실 단계다.

연구진은 “동식물의 자연 치유에서 착안한 연구”라며 “AI와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만든 자가 복원 아스팔트가 도로를 오래 쓸 수 있게 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곽수근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