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금산 아가씨 (김하정.1970)

= 노래 이야기= 

가을을 맞아서 전국 방방곡곡 여행 다니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살던 곳을 떠나 다양한 지역에 가서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지역별 특산물과 맛깔스러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함께 각 지역별로 유명한 우리 가요들을 함께 감상해 보면 색다른 즐거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요 중엔 전국의 각 지역을 소재로 노래한 곡들이 정말 많습니다. 먼저 서울을 보더라도 현인 선배님의 '럭키 서울', 패티김 선배님의 '서울의 찬가', 이미자 선배님의 '서울이여 안녕', 조용필 선배님의 '서울 서울 서울' 외에도 많은 곡들이 있고요. 강원도로 넘어가면 하춘화 선배님의 '강원도 아리랑'과 이미자 선배님의 '진부령'을 만날 수 있고, 대전으로 내려오면 그 유명한 안정애 선배님의 '대전 블루스'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김세레나 선배님의 '천안 삼거리'와 송춘희 선배님의 '수덕사의 여승', 조미미 선배님의 '서산 갯마을', '만리포 사랑'과 '내 고향 몽산포' '연포 아가씨' '내 고향 안면도'같은 노래들이 충남의 각 지역을 노래하고요. 충북 또한 빠질 수 없는데, 제천으로 가면 박재홍 선배님의 '울고 넘는 박달재'가 기다리고요. 경북에는 남상규 선배님의 '추풍령'과 송창식 선배님의 '토함산', 그리고 경남엔 하춘화 선배님의 '하동포구 아가씨'와 김상희 선배님의 '울산 큰애기'가 있고, 부산에는 지금도 유명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부산 갈매기', 전북에는 '남원의 애수'와 '선운사', 그리고 전남에는 '해남 아가씨'와 '목포는 항구다', '목포의 눈물'과 같은 명곡들을 만날 수 있지요. 

이렇게 각 지역의 정서를 녹여낸 노래들이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유행한 게 바로 '아가씨'가 들어가는 노래 제목을 짓는 거였는데요. '경상도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영산포 아가씨' '황해도 아가씨' '삼천포 아가씨' '해남 아가씨' '춘천 아가씨'와 같은 노래들이 등장했고요. 그중에는 1500년 고려인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충남 금산을 대표하는 '금산 아가씨'도 있었습니다. 

충남 금산군은 예로부터 '고려인삼의 종주지'라는 자부심이 남다른 지역인데요. 1500년 전, 금산 남이면 성곡리에 강 씨 성의 처사가 살았는데 소문난 효자인 강처사는 홀어머니가 병들어 자리에 눕자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해요. 그러다 진악산 관음굴에서 정성을 들여 모친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꿈속에 산신령이 나타나 "관음봉 암벽에 가면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린 풀이 있을 것이니 그 뿌리를 달여 드려라"라고 했고요. 그 말대로 했더니 어머니가 완쾌하셨고, 강처사는 영험한 식물의 씨앗을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서 사람들은 씨앗을 정성껏 심어 뿌리가 굵어지면 그것으로 병을 고쳤는데요. 

풀의 뿌리가 사람과 닮아 신묘해서 '인삼(人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그래서 지금도 해마다 인삼 수확철인 9월경이면 금산에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약재상과 관광객들로 들썩이는데요. 금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인삼밭과 잘 어울리는 노래가 바로 1970년 김하정 선배님이 발표한 '금산 아가씨'입니다. 


"별과도 속삭이네 눈웃음치네
 부풀은 열아홉살 순정 아가씨
 향긋한 인삼 내음 바람에 싣고
 어느 고을 도령에게 시집가려나
 총각들의 애만 태우는 금산 아가씨

 새하얀 꽃잎처럼 마음도 하얀
 열아홉 꿈을 꾸는 순정 아가씨
 산 너머 구름 아래 누가 산다고
 노래마다 그리운 정 가득히 담아  
 안보면은 보고만 싶은 금산 아가씨"


김운하 선생님이 작사하고, 이철혁 선생님이 작곡한 '금산 아가씨'는 금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곡으로 인삼처럼 쌉싸름하면서도 향기로운 매력이 가득한데요. '사랑'으로 데뷔해 '야생마'라는 노래로 인기를 모았던 김하정 선배님은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 출연하면서 폭넓은 사랑을 받았고요. 이어서 발표한 '소라의 노래'와 '금산 아가씨'가 히트하면서 인기 정상의 가수로 각광받았습니다. 

'금산 아가씨'가 크게 히트하면서 금산에서 마을 단위로 이어지던 '인삼제' 역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고, 1981년부터는 대규모의 '금산 인삼 축제'가 열리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금산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노래가 바로 이 노래고요.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축제에서 '인삼 아가씨' 선발대회가 열릴 때마다 단골곡으로 불린 노래가 바로 김하정 선배님의 '금산 아가씨'였습니다. 

예로부터 '금산 아가씨'는 선을 보지 않고도 데려간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그만큼 '금산 아가씨'는 인물 좋고 일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하지요. 특히 금산 사람들은 해발고도가 높은 고원에 살아서 별 과도 친하고 성품 또한 의리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올가을, 골짜기마다 은하수가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금산에 들러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