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일자상서 (김부자.1970)

= 노래 이야기 =

1960년대와 70년대, 우리 가요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주제는 바로‘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고향을 지키며 부모님 곁에서함께 농사일을 배우던 시절과 달리 전쟁 이후 피폐해진 현실 속에서 자식들은 고향과 부모님의 곁을 떠나 돈을 벌기 위해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요. 머나먼 곳에서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노래뿐이었습니다.  

구성진 가락에 마음을 담아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면서 보고싶은 어머니를 떠올렸고, 지금이라도 달려가고싶은 고향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외로움과 힘든 생활들을 견뎌냈는데요.

홀로 고향을 떠나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서울로 상경한 많은 젊은이들과 낯선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간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1970년에 발표된 노래가 바로 김부자 선배님의 ‘일자상서’입니다.  

‘일자상서’는  일자(一字)와 상서(上書)가 결합된 말이고요. "윗사람에서 한 줄 올린다"는 뜻으로 주로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부모님 전상서’를 일컫는 말입니다.  지금이야 휴대폰이 있고 영상통화까지 되면서 세계 각지 어느 곳에서든 그리운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대지만, 1970년만 하더라도 전화마저 귀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편지였습니다. 

타지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으며 연필로 꼭꼭 눌러 쓴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받으면서 자식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던 거죠.

김부자 선배님의 ‘일자상서’ 역시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전하는 딸의 편지인데요. 타향에서 객지생활을 하며 일하느라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과 죄송한 마음, 부모님을 생각하며 밤새 직접 만든 마고자를 보내며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진심 어린 가사는 그 당시 모든 자식들의 마음과 일맥상통했고요.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가 마치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마음에 노래를 듣고 부르면서 뜨거운 눈물을 삼켰습니다. 


”아버님 전에 어머님 전에
 눈물로 일자상서 올리나이다
 타향객지 직장살이 불효한 딸자식은
 주야장천 근심 걱정 떠날 날이 없으신
 우리 부모 만수무강 비옵나니다

​  아버님 전에 어머님 전에
  밤 새운 마고자를 부치옵니다
  회갑에도 못가뵈온 죄 많은 딸자식의
  마음인들 편하리까 목이 메는 이 사연
  부모님의 용서만을 비옵나이다 “


‘일자상서’는 반야월 선생님이 가사를 쓰고, 박시춘 선생님이 곡을 썼는데요. 원래 이 곡의 멜로디는 1942년 남인수 선배님이 발표한 ‘남국의 달밤’의 멜로디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집니다. ‘남국의 달밤’이란 노래가 군국가요라서 해방과 함께 사장되자, 이 멜로디를 아꼈던 박시춘 선생님이 반야월 선생님에게 새로운 가사를 부탁했고요. 그렇게 ‘일자상서’라는 효심 가득한 노래로 재탄생 된 거죠. 

자신을 효자 효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부모님께 받은 것이 너무 많고 크기 때문에 평생을 갚아도 모자란 것이 부모님의 사랑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하고 뒤늦게서야 후회할 때가 너무나 많죠. 

일하느라 바쁘고, 내 식솔 거두고 챙기느라 바빠서 효도는 잠시 뒤로 미루거나 조금 더 성공한 다음에 호강시켜드리겠다고 다짐하다 보면,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우리를 기다려주시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은데요. 노래 가사 중에 ‘타향 객지 직장살이 불효한 딸’이라는 대목에서 모두의 마음이 미어지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어버이날인 오늘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죄송하고 안타까우신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아프신데도 제대로 곁에서 돌봐드리지 못하고, 더 잘해드리고 싶지만, 마음만 굴뚝같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서 죄송한 우리 부모님. 모두 만수무강하시기를 바라면서요. 더 늦기 전에 우리 부모님께 진심어린 ‘일자상서’를 적어보시면 어떨까요.